배터리 산업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계산하다[재무제표 AI 독해]

입력 2026-01-14 09:47
수정 2026-01-14 09:48
[재무제표 AI 독해]


2025년은 글로벌 전기차(EV)와 2차전지 산업에 있어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해다. 폭발적 성장을 이어오던 전기차 수요는 정체 국면, 이른바 ‘캐즘(Chasm)’에 진입했고, 배터리 기업들은 동시에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부활 기조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성장성을 크게 낮췄다. 2026년부터는 “누가 더 오래 버틸까”로전기차는 2차전지 산업의 존속을 좌우하는 생태계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단순히 성장률이 둔화되는 단계가 아니다. 수요의 ‘결’ 자체가 바뀌고 있으니 그 파급력이 2차전지 산업 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더 저렴하고, 충전 인프라는 더 편리하고, 안전하길 원한다. 이 간극이 길어질수록 2차전지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더욱 가혹해질 예정이다. 돌이켜보면 2022~2023년은 전기차 고성장을 신념처럼 믿었던 시기였다. 한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집행했다. 그러나 매출이 꺾인 지금, 당시의 생산능력(Capacity) 확대는 고스란히 고정비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캐즘 국면에서 규모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오히려 부담이다.

그러므로 2026년 올해를 관통하는 질문은 달라진다. “누가 더 잘 될까”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다.

현금을 지키며 연구개발을 지속할 체력, 시장의 턴어라운드가 올 때까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내구성이 승부를 가른다. 2026년의 배터리 산업은 성장 게임이 아니라 생존 게임이다. 한국 2차전지 산업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있다. 2023년 기준 두 회사의 2차전지 매출은 각각 33.7조원, 21.4조원에 달했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등 소재 기업도 중요하지만 본 글에서는 완성 배터리 제조사인 두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산업의 체력을 점검한다. 가격 전쟁과 계약 해지, 판이 흔들린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배터리 사용량은 늘고 있지만 한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 중이다. 전기차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인 중국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경쟁의 본질은 기술력뿐 아니라 원가 구조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리스크는 실제 계약 해지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와의 약 9.6조원 규모 공급 계약, 프로인덴베르크E파워시스템스와의 약 4조원 계약이 연이어 해지됐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정책 환경 변화가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매출 33.7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과 2025년으로 갈수록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해외 매출 감소가 치명적이다. 문제는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집행된 CAPEX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유형자산은 42.9조원, ‘건설 중인 자산’만 20.6조원에 달한다. 이 자산들은 완공과 동시에 감가상각비라는 고정비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3분기 기준 표면상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덕분이다. 기타영업수익 1.3조원을 제외하면 본업 수익성은 손익분기점에 가깝다. AMPC가 줄어들 경우 2026년 적자전환 가능성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몸집을 키운 대가’가 이제 청구서로 돌아오는 국면이다.

삼성SDI 역시 매출 감소 흐름은 유사하지만 손익에서는 더 빠르게 충격을 받았다. 2023년 매출 22.7조원, 영업이익 1.6조원에서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9.4조원, 영업손실 1.4조원으로 급락했다. 북미와 유럽 판매 감소가 직격탄이었다. 유형자산 장부금액은 18.6조원, ‘건설 중인 자산’은 8.5조원 수준이다. 매출 규모 대비 고정비 부담이 이미 손익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SDI는 캐즘의 충격을 먼저 숫자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응 전략이다. 삼성SDI는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편광필름 사업을 약 1.18조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고 자원을 배터리 중심으로 재배치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사업부를 팔아 현금으로 성곽을 쌓는 전략”이다.

버티기 승부를 가르는 숫자 3개2025년 3분기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LG에너지솔루션 5.3조원, 삼성SDI 2.1조원이다. 그러나 두 회사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공장 가동률이다. 2023년 70% 내외였던 가동률은 2025년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 50.7%, 삼성SDI 49%까지 떨어졌다. 가동률 50%는 생산량이 절반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고정비의 절반이 매출 없이 비용으로 남는 구조다. 이 구간에 들어서면 매출 감소보다 이익 감소가 훨씬 가파르게 나타난다. 결국 2026년 배터리 산업의 승부는 세 가지 숫자로 요약된다. ①가동률이 50%에서 60%로 회복되는가 ②AMPC가 사라지는 순간 손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가 ③늘어나는 감가상각비를 매출이 감당할 수 있는가.

결국 다음 국면의 승자는 CAPA 성장의 정점에 먼저 도착한 기업이 아니라 불황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더 2026년 배터리 기업의 재무제표는 생존전략의 설계도가 될 것이다.
▶AI에게 묻는다
공장가동률과 감가상각비로 ‘투자의 청구서’를 확인하는 법전기차 캐즘 국면에서 재무제표 독해의 핵심은 매출이 아니라 가동률과 감가상각비다. 공장이 얼마나 멈췄고 그 결과 과거 설비투자가 어떤 비용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작업을 이제 AI를 통해 숫자를 확인하자.

Step 1|DART 통한 재무제표 데이터 준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원하는 2차전지 기업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PDF)의 파일을 내려 받는다. → 사용하는 AI(챗GPT or 제미나이) 프롬프트 창에 파일을 업로드한 뒤

Step 2|AI에게 가동률과 감가상각비를 분석시킨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연도별 공장 가동률(생산실적÷생산능력)을 정리하고 하락 시점과 원인을 설명해줘.” “최근 3년 감가상각비 추이를 정리하고 유형자산·건설 중인 자산(CIP)이 비용 증가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줘.”

Step 3|숫자를 연결해 해석한다

“가동률 하락과 감가상각비 증가가 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줘”
AI는 계산을 돕지만 판단은 인간이. 2차전지 기업의 공장 가동률의 변화뿐만 아니라 매출액, 이익 등과 견주고 전기차 산업 업황까지 감안해 어떤 배터리 기업이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예측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직장인 시각으로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구했다. 회계사는 아니지만, 숫자 너머의 사람과 세상을 읽어내는 스토리텔러로 재무제표로 글 쓰고, 소통한다. 쓴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핫한 그 회사, 진짜 잘나갈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