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일본은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의 대중 희토류 의존도가 70%를 넘는 만큼 생산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6일 밝힌 대일 수출 금지 대상은 군사용으로도 사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다. 규제 대상에 희토류를 포함하는지 분명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현지 언론은 희토류가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작년 4월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항해 정부의 수출 허가를 의무화한 7종의 희토류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에 쓰이는 디스프로슘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는 전기차부터 무기까지 다양한 첨단 제품에 필수”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구체적인 품목이나 어디까지 엄격하게 규제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일본 증시는 하락세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0.4%가량 하락 출발했다. 중·일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에 매도세가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희토류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경제계는 중·일 대립이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게이단렌 등 경제 3단체 신년회에서는 중·일 관계 악화 등 국제 정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달 예정했던 일본 경제대표단의 중국 방문 계획은 이미 틀어졌다.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은 “유감스럽지만, 대화의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일본과 대립하며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2009년 일본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84%에 달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에 일본은 해외 광산 확보, 리사이클 등에 나서며 대중 의존도를 한때 57%까지 낮췄지만, 2024년 기준 71%까지 다시 높아졌다. 탈탄소, 디지털화 등에 따라 수요가 늘어서다.
중국은 지난해 대미 희토류 수출 규제로 재미를 봤다. 포드자동차 등이 공장 가동을 멈췄고,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 경험으로 일본에 대해서도 외교 카드로 희토류를 염두에 둔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해설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자 일본 여행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조치를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지금까지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수출 규제 강화로 일본에 대한 압박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강하게 항의했다.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전날 스융 주일중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가나이 국장은 “우리나라만 겨냥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 관행과 크게 다르며 결코 용납할 수 없고 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일 수출 규제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이뤄진 점, 이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한·미·일 분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게 일본 언론의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사설에서 “이달 중순으로 조정 중인 이 대통령의 방일과 4월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일·미·한, 일·한을 각각 떼어놓으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카이치 정권은 지역 안보의 핵심인 일·미·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중국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