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1장에 20만원인데 '불티'…대박난 공연들의 법칙 [김수영의 연계소문]

입력 2026-01-06 19:40
수정 2026-01-06 19:58


'티켓 판매액 1조원.'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온 공연 시장은 지난해 또 한 번 몸집을 불렸다.

6일 기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티켓판매액은 1조728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해 앞자리를 유지한 채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공연 건수, 관객수도 모두 늘었다.

역시나 시장을 주도한 건 대규모로 진행되는 대중음악 콘서트, 장기 공연하는 뮤지컬이었다.

상반기에는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 티켓판매액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뮤지컬 '알라딘', '지킬앤하이드', 데이식스 월드투어 '포에버 영 피날레' 서울 공연, '웃는남자', '명성황후', 방탄소년단 제이홉 투어 '홉 온 더 스테이지 파이널', '팬텀', 지드래곤 월드투어 '위버맨쉬', 임영웅 리사이틀 순이었다.

3분기에는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이 1위에 올랐고, '알라딘' 부산 공연, '팬텀', 블랙핑크 월드투어, 싸이 '흠뻑쇼' 과천·부산 공연, 태양의 서커스 쿠자 부산 공연, '멤피스', 데이식스 10주년 투어 '더 데케이드', '흠뻑쇼' 수원 공연 등이 뒤를 이었다.

연말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 한국 공연이 개막했고, 창작 초연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와 연말 대표 공연인 '렌트'도 막을 올렸다. CJ ENM은 '물랑루즈', '킹키부츠'에 이어 '비틀쥬스'까지 대형 작품을 3개나 내놨다. 이에 힘입어 뮤지컬 장르는 사상 처음으로 티켓 판매액 5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거창한 숫자의 이면에는 '유명 작품 및 스타 배우 선호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VIP석이 20만원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관객들은 익숙하게 잘 알려진 작품, 이름 있는 배우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대극장 기준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관객과 동일하게 안정성을 선택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알라딘', '지킬앤하이드', '위키드', '팬텀', '물랑루즈', '킹키부츠' 등 관객 동원력이 보장된 대작이 대거 쏟아졌다. 창작 초연 뮤지컬은 중소극장에 집중됐다. 중소극장 작품이 70여편에 달하는 반면 대극장 작품은 사실상 '한복 입은 남자'가 유일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작품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스타 캐스팅'과 맞닿아 있는 현상이다. 지난해 '미세스 다웃파이어' 황정민, '지킬앤하이드' 홍광호에 이어 올해는 '라이프 오브 파이' 박정민, '킹키부츠' 강홍석, '비틀쥬스' 김준수 등이 티켓 파워를 끌어가고 있다. 스타 배우가 빠진 작품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뮤지컬 마니아인 30대 유 모 씨는 "'이 뮤지컬에는 이 배우를 봐야 한다'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일부 캐스팅의 경우 티켓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일정 배우에 몰리는 게 체감된다"고 전했다.




작품성보다는 배우를 선호하는 흐름이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객이 출연 배우를 따라다니며 작품에 직접 참여하고 그 자체로 녹아드는 이머시브 공연 '슬립노모어'가 유독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는 2월 7일 공연에 커버 배우 박찬양을 출연시키는 모험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티켓 30% 할인으로 가능성 있는 배우를 선보이는 데 힘을 싣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도 마케팅 비중이 커지면서 스타 배우를 내세우는 분위기가 거세졌다. 결국 원래 잘 되던 작품만 계속 잘 팔리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새롭고 신선한 도전이 계속되어야 한다. 창작 작품, 신진 배우 발굴에 힘써야 결국에는 저변 확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