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주개발, 지름길은 없다

입력 2026-01-06 17:27
수정 2026-01-07 00:15
지구에서 253억㎞. 인간이 만든 어떤 물체도 닿지 못한 미지의 공간을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비행하고 있다. 1977년 발사돼 비행 49년째인 보이저 1호는 올해 드디어 ‘1광일(光日)’ 경계에 이른다.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를 가야 닿을 수 있는 거리(259억㎞)다.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1AU)의 160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여정이다.

보이저 1호는 인류사 최초로 태양권(heliosphere)을 넘어 별과 별 사이 공간인 ‘성간 우주’(interstellar space)에 진입했다. 무려 반세기 가까운 비행을 가능케 한 기술은 원자력 배터리(RTG)다. 플루토늄-238이 자연 붕괴하며 내뿜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이 장치는 미국 민간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했다. 이 ‘심장’이 없었다면 성간 우주는커녕 목성의 대적점과 토성 얼음 고리의 정체도 여전히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축적의 시간미국이 올해 본격 추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역시 50여 년 전 아폴로 17호가 남긴 유산의 연장선이다. 1972년 아폴로호 승무원들이 채취해온 700여 개 암석 샘플은 달 남극 자원 탐사의 이정표가 됐다. 이처럼 우주 탐사는 당장의 효율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상이 불확실한 우주로의 항해에 기꺼이 자원을 투입한 그 시대의 전략적 결단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기술 진보의 원동력이 됐다.

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세웠다.

최근 우주항공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무인 달 착륙선이 2032년에야 가느냐, 남들은 사람도 보내는 시대인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우주 개발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메시지였겠지만, 자칫 현장 엔지니어들을 재촉하는 압박이 돼 우주 정책의 긴 호흡을 해칠까 우려스럽다. 영속적 '국가 임무'로 격상해야올해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1조1201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의 5배, 중국은 15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은 ‘우주전략기금’을 통해 민간 기업에 수조원을 지원하며 제2의 스페이스X를 키워내고 있다.

우주 탐사는 단순히 로켓을 쏘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국가 명운을 건 전략적 투자여야 한다. 우주 탐사를 단순한 연구 과제가 아니라 영속적인 ‘국가 임무’로 격상시켜야 한다. 20~30년 단위 로드맵이 있어야 기술도, 데이터도, 사람도 축적된다. 보이저 1호가 GE 기술력으로 반세기 항해를 이어가듯 우리도 단계적으로 기업이 핵심 시스템을 책임지고 설계하는 민간 주도형 구조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우주 개발의 핵심은 결국 기술 자립이다. 한발 늦더라도 완전한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탐사선을 실어 보내야 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은 속도전이 아니라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끈질긴 항해이기 때문이다. 이 본질만 잊지 않는다면 2032년 무인 달 탐사는 결코 뒤처진 목표가 아니다. 우주 개발에 요행이나 지름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