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노동조합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회계 결산 내용을 공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도 폐지 압박이 거세졌음에도 2025년 전체 공시율은 90.5%로 예년 수준을 유지해 폐지론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6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공시 대상 노조 729개소 중 660개소가 공시를 완료해 90.5%의 참여율을 보였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3년(91.5%)과 2024년(90.9%)에 이어 3년 연속 90%대를 유지하며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2023년 처음으로 도입된 노조 회계 공시 제도는 정부가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조합원 수가 1000인 이상인 대형 노조가 대상이며 노조가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상급 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그 밑의 하부 조직 조합원들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설계돼 노동계에선 ‘노조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정권 교체 이후 실시된 2025년 하반기 공시다. 회계 공시는 노조의 회계연도에 따라 1년에 상반기(3~4월 신고)와 하반기(9~10월 신고) 두차례 진행된다. 지난해 8월 정권 교체 이후 노동계의 제도 폐지 압박이 더욱 거세졌지만 하반기 공시 대상 51개소 중 49개소(96.1%)가 참여했다. 한국노총(37개소)과 민주노총(3개소) 산하 조직은 100% 참여를 완료했다. 상급 단체 미가입 노조는 11곳 중 9곳이 참여했다.
지난 9월 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 공시가 어려웠지만, 복구 이후 13개 노조가 자발적으로 공시를 마쳤다. 이처럼 높은 참여율은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다”는 조합원들의 열망과 “세액공제 혜택을 놓칠 수 없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회계 공시 제도 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매년 10월 말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하던 회계 공시 결과 발표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생략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상급 단체 연대 책임' 규정만 삭제하고 제도 자체는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노동계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운 회계 공시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재준 의원은 “조합원들조차 회계공시를 통한 노동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3년 연속 좋은 참여율을 보인 회계공시 제도이니 만큼 정부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