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메가 호황'…삼성·SK 영업익 150조씩 거둔다

입력 2026-01-05 18:05
수정 2026-01-12 17:52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더블트리, 나인트리 등 비즈니스호텔은 지난달부터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애플, 델 등 스마트폰·PC 기업 본사에서 출장 온 구매담당 직원들의 장기 투숙 수요가 쏟아져서다. 이들이 한국을 찾은 건 빅테크 사이에서 벌어진 ‘D램 확보 전쟁’ 때문이다. 이들은 30~40분 거리에 있는 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과 이천 SK하이닉스 본사를 거의 매일 찾아 2~3년간 일정 물량을 보장받는 장기계약(LTA)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장기 계약 거부하는 삼성·SK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의 LTA를 거부하고 ‘분기 단위’ 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2027년까지 매 분기 D램 가격이 계단식으로 상승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삼성과 SK는 장기 계약은커녕 주요 서버용 D램 고객사에 지난해 4분기보다 60~70% 인상된 올 1분기 공급 가격을 제시했다. PC·스마트폰용 D램 고객사에도 서버용과 비슷한 수준의 인상 폭을 제시하고 있다.

유례 없이 높은 가격 인상을 제시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요가 있다. 메모리 기업들이 HBM3E 주문에 대응하느라 서버용 D램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0’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게 ‘트리거’가 됐다. H200엔 HBM3E 제품 8개가 들어간다. 중국 고객사가 지난달 이후 신규 주문한 H200 물량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어치로 추산된다. 여기에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같은 고객사 맞춤형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브로드컴이 HBM3E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도 D램 품귀에 한몫하고 있다.

당장의 수급보다는 메모리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 AI 추론 기반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빅테크는 최근 추론용 서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범용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 “올해 서버 D램 144% 오를 것”고객사들은 삼성과 SK가 제시한 가격 인상 폭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60~65%로 제시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걸 고객사들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서버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최대 14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전망치도 올려 잡고 있다. 씨티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지난해(약 44조원) 대비 253% 높은 155조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148조원으로 봤다. 지난해 추정치(46조원) 대비 224% 급증한 수치다. ◇ 부담 커지는 완제품 업체메모리 가격 급등에 스마트폰, PC, 서버 업체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원가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15% 수준에서 최근 20% 이상으로 올랐다.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스마트폰 기업과 델, HP 등 PC 기업은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다음달 프리미엄 AI폰 갤럭시 S26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도 ‘장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은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메모리 칩 부족 현상이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