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국내 면세점 업황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과 소비 패턴 변화로 1인당 구매액이 줄면서 방한객 증가가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185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다. 그러나 면세점 실적은 정 반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1조4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같은 추세라면 연간 매출은 2024년 기록한 14조2249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월별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매출은 9971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7% 감소하며 1조원대 벽을 넘지 못했다. 내국인 구매 인원은 155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2%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구매 인원은 94만명으로 23.5% 증가했지만, 1인당 구매 금액이 낮아지면서 매출 확대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실제로 객단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1인당 면세점 매출은 2019년 127만원에서 지난해(1~9월) 88만원으로 떨어졌다.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이다.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역시 환율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487.6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 선을 위협했다. 최근 면세점 기준 환율은 1440원대지만 1년 전(1350원대)과 비교하면 100원가량 상승한 수치다. 달러 결제 구조를 가진 면세점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구매 요인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행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면세점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올리브영·다이소 등 가성비 매장이나 체험형 쇼핑으로 소비가 분산되고 있다. 고가 상품의 경우 원화 약세 현상으로 면세점 대신 백화점을 찾는 경향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면서 업계 기대감이 커졌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자 면세업계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주요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가 모두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시내면세점 영업면적 축소와 점포 철수도 이어졌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일부 사업권을 반납했다.
증권가는 올해 역시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일 갈등 고조와 일본의 오버 투어리즘 대응 정책 검토 등은 한국 인바운드 반사 수혜 요인들이지만, 고환율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인바운드 증가와 면세 매출 증가 간 상관관계가 과거처럼 높게 형성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