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 공무원 피격'도 면죄부, 법치 말할 자격 포기한 檢

입력 2026-01-04 17:53
수정 2026-01-05 00:04
검찰의 ‘일부 항소’ 결정으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첩보 삭제’ 혐의에 무죄가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조직적 ‘월북 조작’으로 진실을 은폐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의 전 해양경찰청장이 2심에 넘겨졌지만 허위공문서 작성, 명예훼손 같은 주변적 혐의 공방에 불과하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은 검찰의 ‘반쪽 항소’는 진실 포기 선언처럼 들린다. 국민이 북의 총격에 숨지고 시신이 불태워진 끔찍한 범죄의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검찰은 “법리와 증거를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법리와 증거 검토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자백과 함께라면 모를까 납득하기 어렵다. 언제부터 1심이 사법부 최종 판단이 됐단 말인가. 논란과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3심의 철저한 검증 형식을 갖추는 게 사회적 혼란 매듭을 위해서도 필수다.

피해자 사망사건의 1심 무죄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권력 작용’에 의구심이 크다. 전원 무죄로 판결한 1심도 국정원·국방부의 첩보 5000여 건 삭제 지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왜곡·은폐 목적의 지시 여부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판단의 문제인 만큼 증거 정황 논리를 보강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데도 수사팀의 ‘항소 의견’을 묵살한 검찰 지휘부의 결정은 부적절했다. 수사팀 검사들의 순응도 ‘헌법 가치 수호’와 ‘정의 실현 기여’라는 검찰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정치권의 재판 개입이 사법 신뢰를 결정적으로 뒤흔들었다. 1심 판결 직후 대통령은 ‘이상한 논리로 기소했다’고 질타했고, 총리는 ‘조작 기소로 국격이 크게 훼손됐다’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사법 절차에 대한 행정부의 개입 시도야말로 국격 추락 행위다. 공익보다 진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의구심을 더 이상 자초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