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텍 "차세대 설비로 원전 해체 선도"

입력 2026-01-04 16:51
수정 2026-01-05 00:22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모든 게 부족한 중소기업엔 특히 그렇다. 미국의 관세장벽과 중국의 기술굴기를 맨몸으로 맞닥뜨려야 할 처지다. 그래도 난세에 굴하지 않는 강소기업이 적지 않다. 위기를 딛고 기회의 땅으로 내달리려는 ‘적토마 기업’을 연재한다.

지난 2일 김해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부산 기장군의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원복연)에 들어서자 아파트 2층 높이의 설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원전을 해체할 때 생기는 방사성 금속 폐기물을 하루 최대 1.8t까지 정화하는 장비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오르비텍이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달 초 완성했다. 용융로에 금속 폐기물을 녹인 뒤 방사성 불순물 제거와 고열 처리 등을 거치면 일반폐기물처럼 매립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도은성 오르비텍 대표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해체가 승인돼 향후 10년간 3조원 규모의 원전 해체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10여 년간 정부와 관련 연구개발(R&D) 및 선행 추진 과제를 수행한 저력으로 원전 해체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문을 연 원복연은 국내 유일의 원전 해체 전문 연구기관이다. 오르비텍은 이곳에 방사성 금속 외에도 매일 콘크리트 폐기물 700㎏을 제염하는 설비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콘크리트를 기계에 넣어 650도의 고온에서 두 시간가량 말린 뒤 시멘트와 자갈 등을 따로 떼어내는 차세대 기술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도 대표는 “콘크리트 내 자갈 등을 재활용할 수 있어 콘크리트를 깨부숴 처리하는 기존 방식보다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며 “전 공정을 밀폐 라인으로 구축해 분진에 의한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설비를 만들기 위해 오르비텍은 2010년 초반부터 원전 해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기술력을 쌓았다. 주력 사업인 방사선 관리 용역 서비스는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 선택할 정도로 역량을 갖췄지만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도 대표는 “원전 강국인 한국에서는 방사선 관리 기술 격차가 미비할 정도로 산업이 발달해 관련 회사 7~8곳이 시장을 비슷하게 점유하고 있어 사세를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르비텍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도 차세대 먹거리로 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SMR 기업 플라이브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도 대표는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다수 SMR 기업과 달리 플라이브에너지는 안전성이 높은 토륨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이전받아 향후 아시아·태평양에서 SMR 사업권을 확보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르비텍은 미래 투자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424억원과 영업적자 90억원을 기록했다. 도 대표는 “지난해 1월 자회사 디엔에이링크를 240억원에 매각해 얻은 현금성 자산이 아직 남아있다”며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뒤 원전 해체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