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최전방 배치·자살 작전 강요하기도…러시아 軍 비리 심각

입력 2026-01-02 20:21
수정 2026-01-02 20:22

러시아 인권위원회가 실수로 공개한 민원 서류에서 군인들의 인권침해, 병영 부조리, 비위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일부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전사 위험이 큰 작전 투입에서 제외되고 싶으면 뇌물을 바치라고 병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경우에 따라 증거 인멸을 위해 비위 사실을 아는 병사들을 고의로 자살 공격 작전에 투입하거나 이들을 사상하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또 도저히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심각한 환자들에 대한 가혹행위도 흔하다.

러시아군은 팔다리 골절, 암 4기, 뇌전증, 심각한 시력 및 청력 손상, 두부 외상, 조현병,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최전방으로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러시아군의 가혹행위와 비리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한 러시아군 병사는 동료 병사와 자신이 수갑이 채워져 나무에 나흘간 묶여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두 병사가 음식이나 물을 제공받지 못한 채,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태로 계속 묶여 있던 이유는 자살 공격 작전에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병사는 "내가 만약 하루 이틀 안에 연락이 안 되면 영상을 공개해달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본인의 영상을 전투 투입 직전인 지난해 3월 7일 어머니에게 보냈다.

그는 지휘관의 지시로 동료 병사들로부터 1만5000달러(한화 약 2200만원)의 금전을 거출해 뇌물로 전달했는데, 이후 해당 지휘관이 자신을 자살 공격 작전에 투입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병사는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휘관 2명이 뇌물 수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고의로 작전에 투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병사는 영상 발송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현자 공식적으로 실종자로 분류돼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지휘관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입막음과 증거 인멸을 위해 자살 공격 작전에 특정 병사를 고의로 투입하거나 동료 병사들에게 명령해서 죽여 버리는 경우가 흔하고, 이를 가리키는 데 '옵눌레니예'라는 표현이 쓰인다. 이는 '0으로 맞추기'라는 뜻이다.

이 같은 사례는 러시아 인권위원회가 지난해 4~9월 접수된 민원 문서들을 실수로 온라인 열람이 가능한 상태로 한동안 방치했다가 외부에 알려졌다.

실수로 문서가 유출된 민원 중 1500여건이 군과 관련 있었고, NYT는 사실 확인을 위해 민원인 240여명을 접촉했다. 접촉 대상 중 75명은 민원 접수 사실을 확인했고, 그 가운데 수십명은 취재 요청에 응했다.

일부는 영상, 사진, 녹음 파일, 문자메시지, 진단서, 법원 서류, 군 내부 서류 등 증빙자료도 제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