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의 돌봄과 실버 사회] 1인 가구 800만 시대, 정책 중심 '가구'에서 '개인'으로

입력 2026-01-02 17:07
수정 2026-01-03 00:09
미디어 속 ‘혼자 사는 삶’은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한쪽에서는 청년 세대의 ‘화려한 싱글’이, 다른 한쪽에서는 노인의 ‘고독사’가 반복적으로 재연된다. 마치 혼자 사는 삶에는 동경하거나 동정할 두 가지 얼굴만 있는 것처럼 편집된다. 그러나 이 양 극단 사이에는 훨씬 더 많은 삶의 모습이 존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다. 그 이유도, 경로도 제각각이다. 20·30대는 학업과 취업에 따른 비자발적 분가가 많고 40대에는 비혼, 이혼, 별거가 뒤섞인다. 50대 남성에게는 ‘기러기 생활’이, 60대 이상 여성에게는 배우자 사별이 주요 경로다. 혼자 사는 삶은 특정 집단의 선택이나 비극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전환의 결과다. 문제는 이 다양성 자체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가족 동거’를 정상으로 가정한 채 ‘가구’를 기본 단위로 제도를 설계해 왔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주거, 의료, 돌봄 전반에 걸친 재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세대별로 쪼개 세대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청년 1인 가구가 중년을 거쳐 노년이 됐을 때도 그대로 작동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한 사람이 생애에서 ‘혼자가 되는 순간들’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여야 한다. 혼자 사는 삶은 특정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생애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거 정책은 가족 구성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재편돼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은 가족 유무가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따라 공급돼야 한다. 이혼, 실직, 사별, 이사와 같은 전환 이후에도 거주가 단절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청년의 주거 불안 문제이자 동시에 노년의 주거 취약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이 아니어도 병원에 동행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자, 보호자 부재 상태에서도 동의와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은 특정 연령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혼자 아플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권의 문제다.

돌봄 또한 연령별 서비스로 쪼개기보다 생애 전환기에 작동하는 안전망으로 설계돼야 한다. 퇴직, 사별, 이혼, 질병 진단 직후 일정 기간 집중적인 생활·관계 지원이 제공되고, 평소에는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되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즉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의 사회적 고립, 중장년 남성의 생활 붕괴, 노년의 고독사는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시스템의 다른 실패 지점이다.

1인 가구를 ‘고독사 예비군’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이들을 결핍과 위험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것이다. 1인 가구 대부분은 각자의 사정 속에서 선택하거나 감내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진짜 문제는 개인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사회 구조다. 가족이 있어야만 안전하고, 가족이 있어야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비정상으로 밀려난다.

현재 800여만 명이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요구를 갖고 있다. 개인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다. 가족에게 모든 것을 맡기던 사회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개인을 기본 단위로 존중하는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그것은 1인 가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