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입각설이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사자를 개집에 가두려고 한다"고 선을 그었다.
홍 전 시장은 2일 '이재명 정부 입각설이 돌고 있는데, 생각이 어떠냐'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모욕적"이라며 "사자를 개집에 가두려고 한다고 어느 지지자가 분개한다. 나는 그냥 재야인사"라고 답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홍 전 시장을 국무총리나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지명하려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배종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해 말 한 방송에서 "홍 전 시장을 국무총리로 발탁하겠다는 설까지 있다"며 "이 대통령의 대탕평 인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러한 설이 돌게 된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먼저 하나는 이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탕평 인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권오을 전 의원을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기용했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또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이었던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인사도 단행했다.
최근에는 신설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으로 '보수 3선'인 이혜훈 전 의원을 전격 발탁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에도 범보수 인사인 김성식 전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국정 인사 철학이 기본적으로 통합, 실용 인사 두 축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기조가 현재 당적이 없는 홍 전 시장에게까지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동시에 홍 전 시장 입각설에 불이 붙은 배경에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홍 전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보낸 '러브콜'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 경선 낙마 후 탈당 후 미국으로 떠난 홍 전 시장을 "낭만의 정치인",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오신 홍 선배님"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자"고 했었다.
홍 전 시장도 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지지자 소통 플랫폼에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으로서 도덕성, 청렴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국정운영 능력만 본 선거"라며 "이재명 정권을 보면 과거 어느 과자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매치 매치바'라는 과자 광고 카피"라고 했다. 매치 매치바는 1982년 당시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초콜릿으로,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었다. 홍 전 시장의 언급은 능력주의 관점에서 이 대통령이 적임자라고 사실상 치켜세운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한편, 이 대통령 측은 지난 대선 당시 보수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국무총리직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지난해 2월 민주당 모 의원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집권하면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전달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하라'고 했다. 지난해 5월엔 이재명 후보 전화가 여러 통 오고, '이재명입니다. 꼭 통화하길 바랍니다' 문자도 왔지만, 일체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