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새해 벽두부터 일제히 임직원들에게 변화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은행 자금이 증권으로 빠져나가는 ‘머니 무브’ 현상까지 가속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이자수익의 핵심인 가계대출 대신 기업과 자본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사업 구조의 큰 틀을 바꿔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4대 금융 수장들은 기술 변화를 신속하게 따라가면서 혁신을 통해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특단의 각오" "끊임없는 혁신" 당부4대 금융 회장들이 2일 발표한 신년사에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가득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금융산업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고객의 시간은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기술이 업(業)의 경계를 허물고, 자본과 자산은 국경과 업권을 빠르게 넘나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단의 각오와 노력을 해야 도약 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KB금융의 10년을 이끄는 경영전략의 키워드로 ‘전환과 확장’을 제시했다. 강점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사업방식을 바꾸고 고객과 시장을 넓히자는 의미다. 그는 “청년 고객과 시니어, 중소법인, 고액자산가 등 그동안 놓쳤던 전략 고객군에 대한 지배력 넓히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도전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올해의 핵심 경영 화두로 던졌다. 발 빠른 AI 전환(AX)과 은행과 증권이 결합된 자산관리(WM) 체계, 차별화한 시니어 전략, 생산적 금융 강화 등을 강조했다.
진 회장은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 것이란 뜻을 담은 ‘부진즉퇴’(不進則退)를 언급하며 “책 ‘거울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은행 경쟁력 강화" 주문도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룹의 맏형인 은행의 위기”라며 적극적인 변신을 요구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은행 예금이 증권사를 비롯한 자본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함 회장은 “은행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증권사가 나타났고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증권사로 옮기는 일은 이미 일상화됐다”며 “종합투자계좌(IMA)를 비롯한 새 상품이 등장한 가운데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으며 기업 대출과 투자는 ‘옥석가리기’를 위한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머니무브를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자산관리 역량과 생산적금융에 최적화한 조직 구축,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위해 재설계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을 두고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도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소매(리테일) 분야 확대 등을 위해 실행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임 회장은 “올해는 우리금융이 은행, 보험, 증권을 온전히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업권별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룹 차원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를 ‘미래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우리금융’으로 정하고 생산적 금융, AX 선도, 시너지 창출을 3대 중점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AI 기술의 발전, 초고령사회 진입, 제도·정책 변화 등 새로운 변화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한 발 앞서 변화를 읽고,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