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로 기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내수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원인도 따른다. K-라면이 전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에서도 가격에 얽매이지 않은 시도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따른다.
2일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신제품 ‘신라면 골드’가 출시된다. 닭고기 육수에 신라면 특유 매운맛을 더한 제품이다. 가격은 개당 1500원으로 기존 일반 신라면 1.5배 수준이다. 앞서 농심이 영국과 호주 등 해외 전용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는 ‘신라면 치킨’을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
농심뿐 아닌 전반적인 라면 업계가 프리미엄 라면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삼양식품은 ‘삼양1963’을 출시했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의 핵심이었던 우지에 식물성 기름을 혼합해 면을 튀기고 사골육수를 기반으로 했다. 편의점 기준 1900원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돌파했다. 기존 ‘삼양라면 오리지널’의 월평균 판매량 80%에 달하는 수치다. 가격이 높더라도 차별화된 맛과 특징을 갖춘 제품엔 충분한 수요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팔도도 프리미엄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남자라면’에 더해 ‘상남자라면 마늘 육개장’을 출시했다. 국물에 돼지 육수 함량을 늘리고 마늘 분말 후첨 스프를 제공한다. 풍미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따르고 가격은 개당 약 1700원이다.
과거 라면업계가 프리미엄 전략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한 가지 원인이다. ‘서민 음식’ 인식을 가진 라면은 1000원 안팎의 가격대로 여겨졌다. 2011년 프리미엄 라면의 시초 ‘신라면 블랙’은 1600원으로 출시됐다. 이는 논란을 불러왔고, 농심은 한때 이 제품에 대한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 이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K-라면이 매운맛과 풍미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또 한류의 확산으로 다양한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K-라면은 가성비를 넘어 맛과 개성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국내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시험 여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런 변화의 원인에는 글로벌 시장 흐름도 있다. 마켓리포트애널리틱스(MRA)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 즉석면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2030년에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규모는 111억1000만 달러(약 16조원), 2030년에는 147억2000만 달러(약 21조 3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2% 증가하게 되는 수치다. 프리미엄 라면시장의 성장에는 가처분 소득 증가, 미식에 대한 관심, 건강을 고려한 소비 트렌드 등이 영향을 준다고 분석된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