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서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좌우 진영을 가로질러 확산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보수 성향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AI 산업으로 인한 전력 요금 상승과 전력망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확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CNBC는 “정치적 성향이 극명하게 다른 두 인사가 같은 사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부담이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산업의 성장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샌더스 의원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전국적 유예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CNN 인터뷰에서 “이 과정은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들이 ‘어차피 올 변화이니 적응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가 사라질 경우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12월 ‘AI 권리장전’을 공개하며,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 산업 확대를 신속히 추진하려는 연방 정부 기조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AI에 대한 과도한 주 정부의 규제를 막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지역 행사에서 “미국의 전력망은 한정돼 있으며, 현재 계획된 데이터센터 확장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역사회가 원하느냐는 질문에 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요금 상승은 이미 정치적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버지니아주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이 올해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압승을 거두는 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은 2025년 약 5% 상승한 데 이어, 2026년에도 평균 4%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생활비 부담이 미국 정치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중간선거 국면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 부족 문제는 미국 최대 전력망인 PJM 인터커넥션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PJM 인터커넥션은 미국에서 가장 큰 전력망을 운영·관리하는 비영리 독립기관이다. PJM은 2027년까지 신뢰성 기준 대비 6기가와트(GW)의 전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필라델피아시 전체 전력 수요에 근접한 규모다.
PJM의 독립 시장 감시기관인 모니터링 애널리틱스는 최근 몇 년간 전력 용량 확보 비용이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약 230억 달러가 데이터센터 수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비용은 최종적으로 소비자 전기요금에 전가되고 있다.
전력 업계에서는 정치적 파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버지니아 등 중간선거 핵심 경합주가 PJM 전력망에 포함돼 있어, 전력요금과 정전 위험은 선거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편 데이터센터 업계는 전력망 연결이 어려워지면서 현장에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전력을 시장에서 분리하는 효과가 있어, 일반 소비자의 정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