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징둥몰 솽징점.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과 손잡고 이날 세계 최초로 로봇 판매점을 열었다. 매장이 들어선 쇼핑몰 1층은 하루 종일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휴대폰이나 TV를 구매하듯 로봇을 사는 시대가 중국에서 개막한 것이다. 7세 아들과 매장을 찾은 직장인 주하이타오 씨는 “아들과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체험하기 위해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유니트리, 로봇 소비 생태계 구축유니트리 매장은 샤오미, DJI 등이 몰린 가전·정보기술(IT) 코너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의 ‘로봇 굴기’를 상징하는 유니트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로봇을 판 적은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 앞에는 은색 의상을 걸친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님을 맞았다. 한쪽에선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격투쇼를 선보이고 있었다. 매장에는 G1과 사족보행 로봇 Go2 등이 전시돼 있었다. Go2는 소비자 사이를 거침없이 뛰어다니거나 구르고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G1은 복싱과 무술 시범을 보이고 소비자와 악수했다. 소비자가 로봇을 조작해볼 수 있는 몰입형 체험 구역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매장 직원인 쓰남 씨는 “지금까지 로봇 개는 특정 대회와 공연 등에 활용됐다”며 “기관 중심의 기존 로봇 수요를 일반 소비자층까지 확대하기 위해 매장을 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8~10㎏ 택배를 옮겨주는 로봇 개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가격은 G1이 8만5000위안(약 1762만원), Go2프로가 1만9999위안(약 414만원), Go2에어가 1만497위안(약 217만원)이었다. 작년 초 판매한 휴머노이드 로봇 H1이 65만위안인 것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바로 로봇을 구매하거나 제품 QR코드를 스캔한 뒤 유니트리 앱에서 주문할 수 있었다. 무술, 춤 등 다양한 동작을 로봇에 학습시킬 수도 있다. 관련 프로그램을 유니트리 앱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소비재로 바뀌는 로봇유니트리와 협업한 징둥은 배송, 개봉 안내, 애프터서비스(AS) 지원 등을 담당한다. 징둥은 로봇을 가정, 교육, 엔터테인먼트·실버케어 등 실생활과 업무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유니티리 등과 협업해 오프라인 매장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도 있다. 징둥 관계자는 “소비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의 실용성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산업계 관계자도 “유니트리 로봇 매장은 단순한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중국이 로봇을 소비재로 보여주고 팔고, 고치는 오프라인 생태계를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로봇은 더 이상 공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호텔, 마트, 요양원, 주택 단지 등 생활 공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주요 호텔에서는 매장 바닥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로봇, 제품 재고를 스캔하는 로봇, 소비자를 안내하는 로봇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가정, 커뮤니티, 요양시설 등에서 3년간 200가구 이상, 20개 이상 커뮤니티·기관에 로봇을 투입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의 한 요양원에서는 바둑·장기를 두는 로봇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로봇을 소비재로 전환하고 있으며, 지난해가 중국의 로봇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해였다면 올해는 로봇이 생활로 파고드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5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특허 7705건을 출원해 미국(1561건)을 크게 앞섰다. 양산 속도에서도 중국 로봇기업 애지봇이 지난해 누적 5000대를 생산하는 등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은 수백 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