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성관계나 대통령 모욕하면 처벌한다는 '이 국가'

입력 2026-01-01 13:53
수정 2026-01-01 13:54

혼외 성관계·혼전 동거와 국가·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인도네시아 형법이 새해부터 발효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이슬람주의 세력이 커지면서 이슬람 율법과 가까운 개정안이 제정됐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수프라트만 안디 아그타스 인도네시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오는 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2022년 제정된 이 개정안에 따르면 혼외 성관계 적발 시 최대 징역 1년, 혼전 동거는 최대 징역 6개월에 각각 처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의 배우자, 부모나 자녀가 고소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다.

또 현직 대통령이나 국가 기관을 모욕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공산주의나 인도네시아 국가 이념에 반하는 이념을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4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이슬람 율법(샤리아)과 가까워진 개정안이 제정된 것. 당시 유엔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형법 개정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권리 등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수프라트만 장관은 형법이 인도네시아의 현 법률과 문화적 규범을 반영해 시의적절하게 개정됐다면서 "이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우리 스스로의 법률 시스템"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 형법이 당국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통제다. 새로운 것은 무엇이든 즉시 완벽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형법 개정안이 동시에 시행되는 형사소송법과 함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혼외 성관계·혼전 동거 처벌 조항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리야디 수캄다니 인도네시아 관광협회 회장은 관련 조항이 친고죄가 되면서 관광업계의 걱정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국가 모욕 처벌 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현지 법률 전문가인 아스피나와티는 이 같은 조항이 표현의 자유 관련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서 "이는 우리 스스로 만든 새로운 식민지 시대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관련 법 조항의 광범위한 성격 때문에 법 집행 당국이 조항을 제대로 적용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간 대체로 세속적인 무슬림 국가로 꼽힌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이슬람주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샤리아가 시행되는 보수 이슬람 지역인 수마트라섬 서부 아체주에서는 지난 6월 혼외 성관계가 적발된 남녀가 각자 100대씩 공개 태형을 받았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