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경기 침체에도 줄지 않는 사교육비…필수재? 사치재?

입력 2026-01-05 10:00
수정 2026-01-05 15:26
2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1명당 학원 교육비 지출은 4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유자녀 가구의 사교육비가 감소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2025년 12월22일자 한국경제신문-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물가나 경기에 따라 출렁인 다른 항목과 달리 사교육비는 그간 ‘철옹성’처럼 늘어만 왔습니다. 전문가들이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가계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자녀 학원비까지도 긴축 대상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곤 있지만,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엇갈립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교육은 참 독특한 성격을 가진 서비스입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요. 그럼에도 많은 부모가 소득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자녀의 사교육에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합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5년 학생 1인당 월평균 24만4000원이던 사교육비 지출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원까지도 대면 수업이 제한되던 2020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늘어 2024년 47만4000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꼭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 탄력성입니다. 탄력성은 가격이나 소득이 변할 때 소비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이론적으로 소득이 증가할 때 소비가 늘어나는, 즉 소득탄력성이 0보다 큰 재화를 ‘정상재’라고 합니다. 소득이 늘었는데 오히려 소비가 줄어들었다면, 소득탄력성이 0보다 작은 재화는 ‘열등재’로 분류됩니다.

정상재는 크게 필수재와 사치재로 나뉩니다. 필수재는 소득탄력성이 0보다 크지만 1보단 작은 재화입니다. 소득이 1% 증가할 때 수요가 늘긴 하지만 1%보다 적게 늘어나는 재화지요. 반대로 소득이 줄어도 필수재 소비는 그만큼 줄이기 어려운 재화기도 합니다. 쌀, 빵, 채소 등 기본적인 음식과 물, 주택 임대료, 전기·가스·수도 요금, 기본적인 의료비 등이 대표적 필수재입니다.

반면 사치재는 소득탄력성이 1보다 큰, 소득 증가 이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재화입니다. 필수재와 달리 생존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비필수적 재화죠. 미쉐린 레스토랑 등 고가의 외식, 고급 자동차, 퍼스트클래스 항공권, 명품 옷과 시계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필수재와 사치재는 가격탄력성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식비나 전기·가스 요금은 가격이 높아지면 다소 아낄 순 있어도 소비를 하지 않을 순 없지요. 반면 사치재는 생존과 아무 관계가 없기에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를 아예 포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필수재는 가격 변화에 둔감(비탄력적)하고, 사치재는 민감(탄력적)입니다.

사교육비는 한 가지 성격으로 단정되기보다 계층·시기·목적에 따라 필수재와 사치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재화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간 국내 사교육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구의 소득 및 자산 분위가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액이 증가했고, 소득 분위가 높을수록 고가의 과외나 학원 이용 비중이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과거엔 가구의 소득 분위가 하락하면 사교육비도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소득 분위가 하락해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발견됐습니다.

소득이 늘수록 지출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사교육은 분명 정상재에 속합니다. 경기 침체나 소득 감소 국면에서도 소비가 급격히 줄지 않는다는 점에선 필수재에 가까운 비탄력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저소득층에게 사교육이 ‘있으면 좋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더 비싼 사교육을 찾는 경향도 나타났는데, 이는 사교육이 소득이 오르면 더 소비하는 차별화된 사치재란 이중적 성격을 가졌음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민생지원금, 지역화폐 사용 내역을 보면 학원·교육 서비스 업종이 상위 사용처에 매번 올랐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공개한 지역화폐 카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원금 지급 직후 학원·교육 관련 결제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생계비 보전을 위해 지급한 현금성 지원이 상당 부분 사교육비로 흡수된 셈입니다.

이는 사교육이라는 재화의 성격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입니다. 소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 외식이나 여행 같은 사치재보다 그동안 미뤄온 학원비부터 지출하는 것이 많은 중·저소득층 가구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이 ‘줄이기 가장 어려운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 역시 단순한 현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필수재적 성격을 띠는 소비는 가격이나 소득 변화에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도 사교육 수요를 줄이려면 사교육비 문제를 단순히 가계 부담이나 교육비 항목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질과 신뢰를 높여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구조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NIE 포인트 1.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원인을 분석해보자.

2. 사교육이 어떤 점에서 보통의 사치재와 다른지 알아보자.

3. 사교육 수요를 줄이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