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코스피, 따라가던 코스닥. 새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천명했던 2025년. 그간 3000도 넘기 힘들어보였던 코스피는 4000을 넘기더니 연말을 앞두고 어느새 4200을 돌파해버렸다. 그에 비해 중소형주가 모인 코스닥은 여전히 1000을 밑돌며 주식 상승세에서 다소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새해에는 코스닥도 다시금 ‘천스닥’ 시대를 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이 1000포인트를 넘는다면 코로나로 풀린 유동성이 유입됐던 2021년 이후 무려 5년 만일 것이다.
AI 호재의 낙수효과를 보고 있는 로봇 등 IT 관련주부터 다시 코스피 주도주의 위치를 차지한 바이오가 최근 높은 오름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코스닥 시가총액은 340조1440억원에서 505조9250억원으로 48.74% 증가했다. 코스피를 향하던 정부의 마중물도 이제 900을 넘긴 코스닥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호재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선 천스닥을 넘어 ‘코스닥 1100’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이 2000년 닷컴버블, 코로나 유동성 버블 당시처럼 잠깐의 호황에 그치지 않으려면 코스닥 기업들의 내실 있는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의 재림, AI 호재도 여전
최근 주식 전문가들이 자신 있게 ‘천스닥’을 외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바이오부터 로봇, 에너지(ESS), 우주산업이 지수 상승에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는 연이은 기술이전(L/O) 소식에 힘입어 한때 2차전지에 내줬던 주도주 자리를 탈환했다. 2025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속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7개에 달한다. 코스닥 시총 1위이자 바이오텍 대장주인 알테오젠과 빠른 성장세로 상위권에 진입한 에이비엘바이오가 대표적이다.
바이오는 비교적 업황이나 경기를 타지 않는 산업이며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몇 안 되는 산업군에 속한다. 소위 ‘대박’이 나면 몇 년간 실적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중국 바이오 규제’에 초점을 맞춘 생물보안법안이 2026년 미국 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라 국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소식도 ‘신약 물질 개발 중’, ‘임상 ○상 진입’에서 “일라이릴리, 머크(MSD)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을 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펩트론, 디앤디파마텍 등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은 약물 전달 기술 등 여러 바이오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때마침 키트루다, 마운자로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제약사들은 제형 변경 등을 가능케 하는 새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사명에서 신뢰성과 기술수출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인센티브)에 따른 실적 가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챗GPT의 등장으로 재부상한 AI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졌던 2차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급증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됐다. 반도체(HBM) 소부장은 물론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 관련주 등이 여기 속한다. 원익홀딩스, 이오테크닉스 같은 반도체 장비 기업부터 로봇 회사인 로보티즈, 디아이씨,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은 코스닥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진 이름이다.기술특례상장 강화, 코스닥 겨냥한 정부
올해에도 바이오텍의 기술수출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말 새로운 L/O 계약 발표가 예상됐던 알테오젠은 계약 내용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차원에서 2026년으로 계약을 미룬 상태이다.
새해에는 다른 새로운 계약은 물론 새로운 기업의 코스닥 진입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12월 19일 발표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에는 국가적인 핵심 분야에 대한 기술특례상장을 전면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에너지(ESS), 우주산업 등 3대 산업에 대해서는 맞춤형 우선심사 기준을 우선적으로 마련한다.
특히 스페이스X 상장으로 한창 우주산업이 뜨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 17일 상장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열풍을 이을 성장주가 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전방위적인 코스닥 지원에 나선다. 코스닥 본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면적인 조직 진단과 개편에 나서며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기준을 강화해 공정한 시장 형성을 유도한다.
또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기준 개선을 검토하는 한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코스닥벤처펀드와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 펀드에 대한 세제 및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3년 연장하고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을 기존 25%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기관투자가의 진입 여건도 개선한다.
무엇보다 첨단산업 공모주 진입에 따른 흥행와 자금 유입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패시브(Passive) 수요 증가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상 기관 자금 우선 유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에 대한 기관의 수급을 유지하고 공모주 시장 흥행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증명해야 외인·장기 투자 유입 가능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이 장기적인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로운 주도주의 등장도 필요하다.
지수가 급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금 규모가 크고 시장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인 투자금의 유입이 필요하다. 그런데 외인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성향이 있다. 실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외인은 2025년 연간 기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알테오젠은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2026년 키트루다SC(피하주사) 제품의 마일스톤을 수령하며 그동안의 L/O 호재를 본격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키트루다는 전 세계 매출 1위를 달리는 면역항암제로 MSD는 기술이전받은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을 활용해 이를 피하주사제형으로 글로벌 출시하려 한다. 실적 문제로 코스피 진입이 좌절됐던 2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의 이전상장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월 진행되는 미국 중간선거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금리인하와 새로운 약가정책, 대(對)중국 무역장벽 구축을 추진해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레임덕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시장불안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결국 코스닥 기업들이 믿을 만한 투자처로서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하고 신뢰를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증권 김경태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천스닥’ 정책 드라이브 및 연기금의 코스닥 대량 매수세는 분명 긍정적이나 외국인을 유인하는 핵심 동인은 영업이익 상승 및 실적 기대감”이라며 “실적 가시성이 없으면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실적 상승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에너지 등 대형주로의 쏠림이 다시금 발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이 알테오젠에 이은 다음 바이오텍 주도주로 평가한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에서 반독점개선법(HSR Act) 등의 행정절차를 마치고 일라이릴리로부터 그랩바디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 선급금 4000만 달러(역 579억원)와 지분 투자금 1500만 달러(약 217억원)를 수령하게 됐다.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납품사인 로보티즈, 우림피티에스, 원익은 기어, 감속기 같은 기존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 및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신뢰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좀비기업 퇴출’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폐지 요건을 매출의 경우 현 30억원 미만에서 2029년 100억원까지 높인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