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 송부한 것을 두고 당내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 전 대표가 관련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공개한 증거 자료가 조작됐다고 반박에 나서면서다. 친한동훈계 인사들도 ‘조작’ ‘공작정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반발하고 있다.
31일 한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 이호선 씨는 동명이인 한동훈의 게시글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해 발표했다”며 “이호선 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돼 있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 탄로 날 테니,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의 수위 높은 게시물들을 가족 명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한 전 대표 가족 5인이 당원 게시판 운영 정책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관련자들의 탈당과 게시글 대규모 삭제가 확인됐다”며 “본 조사 결과를 윤리위에 송부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패턴 분석을 통해 한 전 대표에게 적어도 관리 책임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 징계 처분이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당무감사위원회가 수집한 증거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나경원 정치생명 끊어버립시다’ ‘기회주의적 구태는 쳐내야 한다’ 등 내용이 포함된 게시글이 한 전 대표 가족이 작성한 것으로 적시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은 한 전 대표와 무관한 동명이인이 작성했다는 게 한 전 대표 측 설명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싸워야 할 때 이렇게 조작까지 하며 민주당을 도와주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한 전 대표 측 반박에 대해 “한 전 대표가 당무감사위원회의 공식 질의에는 무응답하고 언론에만 말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지금이라도 책임 있게 서면으로 답을 보내면 윤리위에 그것까지 같이 송부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동명이인이라고 하면서 (게시글을) 가족이 썼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내 친한계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은 간 곳 없고 그저 적개와 분노에 적셔진 조작과 모순만 강조된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작이 악의적이고 터무니없다”며 “당무감사위원회가 사람을 뒤바꿔 조작했다”고 했다.
한 전 대표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한 윤리위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상원 전임 위원장이 지난달 사퇴하면서 공석 상태기 때문이다. 장동혁 당 대표가 이 사건 처리 의사를 밝혀 온 만큼 징계가 내려질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