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자녀를 학대하는 등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본격 시행된다.
31일 대법원에 따르면 새해 1월 1일부터 민법 조문 제1004조의 2 신설에 따른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시행된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 씨의 유산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계기로 신설된 법이다. 구씨 친모가 상속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자 구씨 오빠가 입법을 청원한 이후 시행까지 약 6년이 걸렸다.
사망한 자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한 부모는 상속권을 잃게 된다. 피상속인(자녀)은 생전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의 상속권 상실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유언이 있으면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한다. 유언이 없으면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면 된다.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으면 상속권 상실 선고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후순위 상속인)에게 청구권이 돌아간다.
이 제도는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날은 패륜을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 권리를 인정한 민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시점이다. 법원 관계자는 “양육·부양 책임을 방기하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아무 제약 없이 재산을 상속받던 구조를 시정해 가족관계에서의 책임성과 상속에서의 실질적 정의 및 형평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2월 1일부터는 채무자의 기본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비계좌 제도가 도입된다.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1인당 1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이 계좌에 예치된 돈은 압류가 금지된다. 압류 금지 생계비는 기존 18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된다.
또 같은 날부터 재판기록의 열람·복사를 사전 예약할 수 있는 제도가 전국 각급 법원에서 전면 시행된다. 전용 이메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열람·복사가 가능한 날짜를 통지하는 방식이다. 3월 3일에는 대구 대전 광주에 회생법원이 새로 개원한다. 이로써 모든 고등법원 권역 내에 회생법원이 들어서게 돼 도산 사법 서비스의 지역별 편차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