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억원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죄송하지만 국민의힘에나 있을 일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이게 우리 당에 있다니 아니겠지 지금도 사실은 반신반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의원들 모두가 거의 멘붕(멘탈 붕괴)에 빠져 있는 그런 정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김경 시의원이 공천받은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며 "김 시의원이 돈을 주고 공천받으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1억원 공천 헌금' 사태는 2022년 지선 때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 의원이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게 문제를 토로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강 의원은 보좌진이 자신의 지역구 시의원 후보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고 김 전 원내대표에게 전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김 시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은 것에 대해 그가 공천 헌금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전 원내대표는 결국 지난 30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당 지도부는 아직 공천 헌금을 어떤 과정을 통해 누가 받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나 지도부가 강 의원과 통화를 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물을 수가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정청래 당대표가 전날 관련 의혹이 보도된 직후 당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날을 세웠다. 장동혁 당대표는 이날 당 사무처 종무식에서 “특검이 국민의힘을 탈탈 털었듯이 똑같은 잣대로 강력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관련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과 김 시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