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도 아닌데…'흑백요리사'가 쏘아올린 예약 전쟁 [이슈+]

입력 2026-01-01 21:45
수정 2026-01-01 21:53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가 방영되면서 파인다이닝이 주목받고 예약률이 늘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정교함과 절제의 파인다이닝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한식과 중식에도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특히 '한식대첩' 우승자인 임성근 셰프, '셰프들의 사부'인 후덕죽 셰프를 비롯해 '안성재가 반한 흑수저'라는 평을 받는 술빚는 윤주모까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갖고 있는 소스 레시피만 5만가지"라는 어록을 남기며 실력과 허세를 겸비한 '임짱'으로 불리는 백수저 임성근 셰프는 '흑백요리사2'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꼽힌다. 임 셰프의 매력은 '한식 연금술'이라 불리는 파격적이고 실전적인 조리 방식에 있다.

임 셰프는 교과서적인 정통 조리법을 고수하기보다 현장에서 다져진 감각으로 재료를 거칠게 다루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맛의 정점을 끌어내는 야생의 내공을 보여준다. '한식대첩' 방영 당시 증명됐듯 그는 정통적인 조리 순서를 뒤섞거나 상황에 맞춘 유연한 변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기술을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전통의 요리법과 맛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이다.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재료의 형태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접근할 때, 그는 투박하지만 확실하게 맛을 잡아내는 실전형 고수의 면모를 과시한다.

여기에 효율적이고 압도적인 속도감, 그리고 복잡한 레시피를 단숨에 직관적인 맛으로 치환해내는 능력에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평이다. 도끼로 고기를 손질하고, 120분 조리 시간에도 50분을 넘게 남기고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정밀함이 주는 긴장감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를 한식의 실전 고수로 추앙하게 한다.

무엇보다 임 셰프의 허세와 행동은 이유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지지를 받는다. 임 셰프는 지난 30일 공개된 방송분에서 2인1조의 멤버였던 술빚는 윤주모에게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니 최대한 빨리 하자. 55분은 남기고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 마감 시간에 맞춰 요리를 완성할 경우 음식이 식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최고의 맛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계산한 전략적 행동이었다.

여기에 갈비용 고기를 10분만에 손질을 끝내고, 전통 방식으로 온도 차를 주면서 굽는 조리 방식을 선보이는 한편 윤주모를 북돋는 리더십까지 선보이면서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임 셰프가 뛰어다니며 요리하는 것을 보며 "축지법을 쓴다"며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다"는 윤주모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흑수저로 평가받으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고 있다. 이태원에서 전통 주점을 운영하는 윤주모는 직접 빚은 전통주와 그에 어울리는 주안상을 차려낸다.


소음 가득한 경연 속에 윤주모는 긴장감에 손을 떨면서도 직접 술을 내리고, "조선의 폭탄주"라며 전통적이지만 신선한 술의 혼합법까지 소개한다. 여기에 술상과 어울리는 한식을 조화롭게 선보이면서 1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심사위원 안성재에게 '합격' 판정을 받았고, 이후 패자부활전에서도 황태를 이용해 단 2명만 생존하는 경합에서 당당히 생존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임 셰프와 팀전에서 심사위원 백종원, 안성재에게 "고기의 맛을 살려준 건 윤주모의 무생채와 쌈장"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탄탄한 내공을 인정받으면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한식이 빠른 손과 손맛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중식은 화려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안성재도 존경심을 내비친 후덕죽 셰프의 경우 후배들에게 너그러우면서도 완벽한 맛을 구현하는 모습에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후 셰프는 15년간 호텔 중식의 정점으로 불리는 신라호텔 '팔선'을 이끌며 불도장을 국내에 안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후배 셰프들이 그의 등장만으로도 긴장하는 서바이벌 현장에서 그는 서두르지 않으며 재료를 대하는 태도 하나하나에서 거장의 여유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요리사'로 20년간 청와대 중식 셰프로 일했던 천상현 셰프는 2인1조 대결에서 "사부님"이라고 그를 칭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 셰프와 함께 중식 라인을 지탱하는 천 셰프는 대통령의 요리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정갈하면서도 힘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이들이 보여주는 중식의 화려함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재료의 숨을 살리고 간의 균형을 맞주는 정교한 계산의 결과물이다. 거장들의 온화하면서도 단단한 인품은 경쟁이라는 자극적인 틀 안에서도 요리사의 도리를 잊지 않는 모습으로 비치며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 거장과 대비되는 파인다이닝 장르의 매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한식과 양식을 모두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손종원 셰프를 비롯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김승윤 셰프 등은 요리를 하나의 완벽한 구조물로 설계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손종원 셰프의 5분 단위 계획표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하고, 안성재는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인기는 식당 예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히 이번 시즌에서 '백수저'로 활약한 호텔 소속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일부 호텔 식음 업장은 1월 예약이 전량 마감됐고,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통해 한정 수량을 별도로 오픈해야 할 만큼 인기가 몰리고 있다. 손 셰프는 레스케이프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의 한식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데, 한 달 치 예약이 오픈되자마자 마감되고 있다.

후덕죽 셰프가 총괄하는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중식당 '호빈'은 캐치테이블 기준 1월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임 셰프의 경우 현재 직접 운영하는 식당은 없다. 임 셰프는 자신의 SNS와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에서 제 이름이 언급되는 일부 매장과 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파주시 심학산 인근에서 약 500평 규모의 신규 식당 오픈을 준비 중이다. 약 18개월 전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