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공정별 감축 기술이나 히트펌프 등에 투자하면 녹색금융으로 인정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녹색경제활동 범위를 기존 84개에서 100개로 확대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개정해 오는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31일 발표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기준을 의미한다. 녹색채권이나 녹색여신 등 금융상품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개정에서 녹색경제활동 범위가 기존 84개에서 100개로 확대된 데에는 14개 항목을 신설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경제활동을 세분화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에너지 분야의 경제활동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태양광·풍력·수력 등 발전원별로 세분화했다. 히트펌프 구축 및 운영과 청정메탄올 제조, 폐기물에너지 기반 에너지 생산 등 등 차세대 저탄소 기술을 신규 포함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별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경제활동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 철강·시멘트·기초화학물질처럼 탄소 다배출 업종의 감축 활동 중심이던 정책 프레임을 첨단 제조업으로 확장한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기준 체계에 반영해, 공정 개선·저감 기술 투자와 연계되는 활동을 더 넓게 인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배출권거래제(ETS) 4차 계획기간에서 도입된 '배출효율기준 할당(BM)' 체계를 함께 반영했다. BM 계수는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나눠주는 방식과 달리, 제품 1단위를 만들 때 얼마나 적게 배출했는지(배출효율)를 기준으로 기업을 비교해 할당량을 정하는 구조다. 같은 생산량이라도 공정 효율이 좋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효율이 낮은 기업은 불리해진다.
정부가 산업 분야에 BM 계수를 녹색경제활동 기준으로 반영한 것은 제품 1개를 만드는 데 허용되는 배출량 기준을 업종·공정별로 명확히 설정해, 그 기준보다 적게 배출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공정 개선과 감축 투자를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도시·건물 분야에서는 녹색건축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을 한층 높인다. 공공건축물의 경우 현재 4등급보다 높은 3등급을 충족해야 녹색건축물로 인정받도록 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익숙한 국제 친환경 건축 인증(LEED 등)도 기준에 새로 포함한다. 이를 통해 국내 녹색건축 시장에 글로벌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기후변화 적응 분야는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기후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감시·예측부터 피해 가능성을 따지는 취약성 평가, 대응 역량 강화, 관련 인프라 구축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로 재편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적응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산림을 활용한 탄소흡수원 조성 등 임업 분야도 새롭게 녹색경제활동에 포함한다. 국제 기준에 맞춘 흡수원 관리 체계를 도입해,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에너지 생산 등 과도기적 경제활동은 전환부문으로 분류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전환금융의 개념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 마련 중인데, 향후 전환금융 제도 개편과 연계해 지원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