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감소 영향…서울·수도권 집값 상승 기조 이어질 듯

입력 2025-12-31 15:26
수정 2025-12-31 15:44
새해 집값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한 차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주택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영향이다. 임대로 나오는 물건이 줄어 전셋값도 많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집값 4.2% 상승 전망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최근 발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이 올해 4.2%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은 2.5%, 지방은 0.3%, 전국은 1.3%로 제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1월 서울 집값(주택종합)은 2024년 말보다 6.2% 올랐다. 수도권은 2.4%, 지방은 -0.8%, 전국은 0.8% 변동률을 보였다. 서종대 주산연 원장은 “미국에서 금리가 갑자기 오른다거나 우리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 한 올해 주택 가격은 작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착공이 줄어든 결과 입주 물량 급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9161가구다. 작년(4만2611가구)은 물론 최근 10년 평균(3만4752가구)보다 적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준공 예정 물량도 서울에서 3만1633가구에 불과해 10년 평균(6만6232가구)의 절반에 그친다.

새해 수도권 준공 물량(전체 주택)은 12만161가구다. 작년(15만492가구)과 10년 평균(24만8990가구)에 못 미친다. 서 원장은 “공공분양을 아무리 늘려도 공급의 80%는 민간에서 나온다”며 “지방 미분양 등으로 사업자가 어려움에 빠져 민간의 공급 여력이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은 커졌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이다. 광의통화(M2) 유동성은 2018년 2626조원에서 작년 10월 4466조원으로 70.1% 늘었다. 증가세가 명목 경제성장률을 한참 웃돈다. 주산연에 따르면 유동성과 주택 매매가의 상관계수는 최근 10년(2015~2024년) 0.62에 달했다. 이전 10년(2005~2014년)의 0.39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금리(0.12→0.57), 주택 수급(0.32→0.47), 경제성장률(0.12→0.17) 순으로 중요도가 커졌다. 서 원장은 “외환위기 전만 해도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힘들었다”며 “지금은 금융이 발달해 정부가 주택 수급만으로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전·월세도 큰 폭 뛸 것” 전셋값 상승 폭은 매매가보다 클 전망이다. 주산연은 올해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4.7%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3.8%, 지방은 1.7%, 전국은 2.8%로 예상했다. 전세로 나오는 물건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건은 지난해 초 3만1814개에서 연말(24일 기준) 2만3948개로 2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천(6743개→3208개)은 52.4%, 경기(3만1110개→1만8448개)는 40.7% 줄었다.

입주 물량 감소, 주택 매수 후 실거주를 강제하는 토지거래허가제, 다주택자 중과 우려 등이 전세 물건을 줄이는 요인이다. 오는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끝날 것이란 우려에 집을 팔고 싶은 다주택자가 많다. 하지만 세입자가 있는 동안에는 매수자가 입주할 수 없어 매각이 불가능하다. 서 원장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매입 후 입주를 임대 기간(2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유예해줘야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의 월세화’도 새해 주택시장의 큰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년 전 연 3.3%에서 최근 연 2.5%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집값 상승으로 보유세는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2년 동안 전셋값이 10% 가까이 올라 반전세 등으로 월세를 일부라도 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산연은 “입주 부족과 월세 전환 추세로 인해 수도권 월세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민간 통한 공급 확대 필요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보유세와 거래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본다. 주산연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과세 강화 정책은 6개월 이상 효과가 이어지지 못한 채 실거주자 부담만 키웠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있다. 연평균 45만~50만 가구 정도인 수요를 채우긴 어려워 민간의 공급 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 원장은 “기존 수요 억제 정책의 문제를 보완하면서 획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찔끔찔끔 내놓기보다 ‘공급 폭탄’ 수준이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산연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3.65% 수준으로 전망했다. 2024년 4.25%, 작년 3.98%보다 낮지만 하락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이후 가계 부채와 환율 불안 등을 이유로 계속 동결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