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 강하게 작동하는 해…국제 질서 재편 가능성

입력 2025-12-31 15:29
수정 2025-12-31 15:44
올해 국제 정치는 ‘힘의 논리’가 더욱 강하게 작동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거래 중심 외교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공세, 유럽의 군사적 자립 시도가 동시에 펼쳐지며 국제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군사비 지출 확대다.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인 2조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중국의 군사적 압박과 미국의 동맹국 방위비 증액 요구가 겹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미국의 국방 예산 역시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 검토 등의 영향으로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군사비 증가는 단순 안보 이슈를 넘어 국제 정치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은 1000억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기금을 조성했고, 동유럽 국가들은 공동 무기 조달을 통해 군사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와 우주 기반 전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군사 기술 경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략적 경쟁의 무대는 군사 영역을 넘어 공급망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공급망을 틀어쥐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과의 거래를 가속화하며,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 만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러 간 핵 군비 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핵무기 및 관련 기술 산업이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비 확대와 규범 약화가 맞물리며 외교적 충돌은 국지적 위기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각국이 전면 충돌보다 비용을 계산한 ‘회색지대 전략’을 선호하면서 긴장은 높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