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복제약·알약 등장…체중 감량 열풍의 세계화

입력 2025-12-31 15:28
수정 2025-12-31 15:44
체중 감량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제약사 간 경쟁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6 세계대전망>에서 “저렴한 복제약과 알약 형태의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2026년은 체중 감량 약물이 진정으로 세계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주사제 형태로 시판돼 투약이 번거롭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먹는 비만약’을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알약 버전은 한발 앞서 지난 22일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는 1년 복용 시 평균 체중 감소율이 16.6%에 달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생산하는 미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경쟁에 가세했다. 일라이릴리는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인데, 이 약은 평균 12.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1년 투여 시 체중이 16~23% 줄어드는 주사제에 비해 감량 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는 평가다.

주사제 성능을 끌어올린 차세대 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이 약은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트리플 작용제’로, ‘비만약계의 고질라’로 불릴 만큼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2상 임상시험에서 피험자들은 48주 동안 평균 24%의 체중 감량 효과를 경험했다.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치료비 인하와 비만치료제 접근성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위고비의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올해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다수 국가에서 만료되면 브라질·중국·인도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복제약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비만연맹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성인의 5분의 2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에 있으며, 2030년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