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합작법인 배정 신주 발행총액 정정공시…환율 변동 반영

입력 2025-12-31 10:09
수정 2025-12-31 11:23
이 기사는 12월 31일 10: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설립을 위해 미국 정부와 세운 합작법인(JV) 배정 신주의 발행총액을 낮춰 정정공시했다. 이사회 결의일과 실제 달러 납입일 사이 환율 변동에 따라 신주 발행총액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지배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정정공시를 통해 본건 신주발행이 명백히 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오후 '유상증자 또는 주식관련사채 등의 발행결과' 공시를 기재정정했다. 주금 납입일이었던 지난 26일에는 발행예정금액과 실제발행금액을 모두 2조8508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이번 정정공시에서는 실제발행금액을 2조8335억원으로 낮춰 기재했다.

앞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 15일 미국 합작법인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신주발행총액을 19억3999만8782달러로 확정했다.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신주발행총액은 주금 납입일자의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을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납입일이었던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1460원60전을 적용한 2조8335억원이 실제 발행총액이지만,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일 직전 영업일이었던 이달 12일의 원·달러 환율 1469원50전을 적용한 금액 2조8508억원을 발행총액으로 공시했다. 이번 정정공시에서는 이 부분을 납입 당일 환율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은 이번 정정공시에서 기준주가 대비 할인율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과 증권의 발행·공시 규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금 납입일 원·달러 환율이 약 9원 떨어지고, 이에 따라 약 173억원의 납입액 '펑크'가 생기면서 신주 발행가액 할인율이 9.77%에서 10.31%로 확대된 문제는 정정하지 않은 것이다. 기준주가와 할인율을 계산한 유상증자결정에관한 주요사항보고서도 정정 공시되지 않았다.

다른 상장사들의 3자 배정 유상증자 사례를 보면 환율 변동에 대비해 발행주식 수와 발행금액을 '추후 확정 예정'이라고 공시한 경우는 여럿 발견된다.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본건 신주 인수대금 납입일 전일의 거래환율에 따라 최종적인 신주의 수와 총 발행금액(KRW)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공시일과 납입일 사이의 환율변동에 따른 발행금액과 주식수의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주금 납입일에 정정공시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발행가액의 적정성과 할인율은 이사회 결의 전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라, 그 이후 환율 변동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발행가액은 미국 달러로 확정됐으며, 국내에서 환전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미국 제련소 운영법인으로 출자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풍·MBK는 이사회 결의보다 낮아진 발행가액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건 명백한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영풍·MBK는 "상법에서는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경우 이사회에서 신주의 수와 발행가액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원화'로 기준주가 142만9787원을 산출한 뒤, 할인율 9.76745%를 적용한 129만133원을 본건 신주발행의 1주당 발행가액으로 정했으므로 그 이후 환율변동이 발생하더라도 이사회 결의의 기초가 된 1주당 발행가액 '129만133원'은 납입일 시점에서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정정공시에서 발행주식수(220만9716주)를 정정하지 않아 신주발행금액 2조8335억원을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신주 발행가액은 128만2319원이 된다. 영풍·MBK는 "발행주식수는 그대로 유지한 채 실제발행금액만을 낮게 조정하는 경우, 당연히 1주당 발행가액은 최초 이사회 결의에서 정한 것보다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이사회 결의 및 유상증자결정 공시에서 밝힌 '1주당 발행가액'을 위반한 신주발행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