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팔란티어 창업자, 실리콘밸리 떠나나…분노한 이유

입력 2025-12-31 06:57
수정 2025-12-31 07:00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부유세 도입이 추진되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이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 경제방송 CNBC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들과 전미서비스노조 서부의료지부(SEIU-UHW) 등이 순자산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인 부자들에게 재산세 5%를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주 내의 심각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른 의료 예산 부족분을 메우려면 이와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을 내년 11월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이들은 87만5000명의 서명을 모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과세 대상이 되는 캘리포니아 내 억만장자는 214명이며, 이들은 대부분 기술업계 거물들과 벤처 투자자들이라고 전했다.

명단의 최상단에는 순자산이 2562억달러(약 370조원)에 달하는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가 올라 있다. 이어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2461억달러)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2364억달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2251억달러),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1626억달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래리 페이지는 이와 관련해 주를 떠나려는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순자산이 267억달러로 평가받는 팔란티어의 피터 틸 최고경영자(CEO)도 이주를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술업계는 해당 법안이 과세 기준으로 삼는 순자산이 대부분 주식 보유에 따른 평가액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반발하는 이들은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 투자사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탠 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유니콘 스타트업 창업자는 '종이 억만장자'가 된다"며 현금이 없는 창업자에게 고액을 과세하게 되면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과 혁신을 죽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술업계는 특히 그간 업계 친화 성향으로 평가받던 로 칸나 연방 하원의원이 법안에 동조한다는 데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칸나 의원은 X에 "그들이 정말 그리울 것"이라고 비꼬는 반응을 보였다.

탠 CEO는 "이제 그를 예비선거에 내보낼 때"라며 낙선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벤처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마틴 카사도 파트너는 "로는 나를 포함해 자신을 지지해 온 온건파들을 모두 소외시키는 속도전을 벌였다"며 앞으로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다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개빈 뉴섬 주지사도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유층 이탈을 부추겨 오히려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외에서 이뤄지는 부유층 및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논의도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에서는 밥 퍼거슨 주지사가 100만달러 초과 개인 소득에 대해 9.9%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이날 의회에 요청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도 백만장자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