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 중간선거, 민주당 하원 탈환할까…'트럼프 민심' 가늠자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2-31 08:14
수정 2025-12-31 08:50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이후 대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다. 지난해 선거에서 공화당은 대통령, 상원, 하원을 모두 휩쓸었다. 트럼프 정부가 초반 논란이 될 만한 정책까지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중 하나라도 민주당에 우위를 빼앗길 경우 상당수 정책은 의회의 벽을 넘기 어려워지게 된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같은 리스크에도 수시로 노출되는 만큼, ‘이른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의회 중간선거 대상은 상원 35석, 하원 435석이다. 6년 임기인 상원(100석)은 2년마다 3분의 1씩 선거를 치른다. 원래 정기선거 대상 의석은 33석이지만 올해는 직무 대행 체제로 빈 자리를 메워 왔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오하이오)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플로리다)의 후임이 될 상원의원을 추가로 뽑는다. 35석 중 민주당이 방어해야 하는 의석이 13석이고 나머지는 모두 공화당이 방어해야 하는 자리다.

상원에서 공화당은 100석 중 53석을 가지고 있다. 4석 이상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일부는 민주당에 넘어갈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지역은 경합주 성격이 있는 조지아(민주·존 오소프), 메인(공화·수전 콜린스), 노스캐롤라이나(공화·톰 틸리스), 미시건(민주·게리 피터스) 등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에 상당히 기울었던 미시건 주는 러스트벨트의 민심 바로미터다. 현직 피터스 의원이 은퇴하는 만큼, 정당 선호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선거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화당 내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마이 웨이’를 보여준 콜린스 의원이나 틸리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없이도 당선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원 435석은 전부 물갈이 대상이다. 지금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과반(218석)을 겨우 넘는 220석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도 1월 은퇴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213석, 2석은 공석이다. 은퇴를 선언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민주·캘리포니아)은 민주당이 올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36개 주가 주지사 선거를 치른다. 이외에 주 법무장관 등 주요 요직이 바뀌는 곳도 많고, 주 의회는 대부분 새로 선출된다. 주지사 선거도 민심 향방을 보여주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많이 포진한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공화)는 3연임 제한 규정으로 출마할 수 없기 대문에 후임자 자리를 놓고 양당이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공화·뉴욕)이 출마를 선언한 뉴욕 주지사 자리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크게 지거나 공화당 내에서 ‘비(非) 트럼프’를 자처하면서도 승리하는 경우가 여럿 나올 경우, 이르면 이달 중 나올 예정인 대법원 상호관세 판결 결과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