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새해 최대 4번 만난다…희토류·대만이 '열쇠'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2-31 07:00
수정 2025-12-31 07: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차례 회동할 예정이다. 이 만남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에 세계 정치 경제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미중 갈등은 크게 격화됐다가 해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중국도 준비해 둔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 등으로 맞섰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확인했던 ‘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장면이었다.

이 전쟁은 지난 10월 말 부산에서 양국 정상이 6년 만에 만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췄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했다. 이후 양국은 서로 ‘역린’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 간의 관계를 가늠할 1차 시금석은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하도록 하는 등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비롯한 안보에 관한 민감한 이슈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시 주석은 올해 중반 미국을 답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DC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중 어느 쪽을 찾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두 정상은 이후에도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더 만날 수 있다. 양국 정상이 수시로 만나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것은 긴장관계가 완화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과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수출 여건에도 청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국은 본질적으로 긴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휴전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사안도 여럿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1월말 추수감사절까지 희토류 관련 미중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이 문제에서 양측은 아직 진전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핵심 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바이트댄스 자회사 틱톡을 미국 측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문제도 1년째 ‘거의 다 됐다’는 보도만 이어지는 중이다. 일부 관세 조정과 협력 확대는 이뤄질 수 있지만, 핵심 기술과 전략 자원에 대한 규제와 경쟁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문제로 넘어가면 양국 간 대립구도가 보다 두드러진다. 미국은 12월 초 내놓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을 적국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례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대만 방어 의지는 분명히 피력했다.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등의 경제적인 이유를 근거로 들었다. 중국이 지난달 말 대만 포위 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0년째 하는 일”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미 국방부는 작년 말 “중국은 2027년까지 대만 전쟁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