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반도체 설비 50% 이상 중국산 사용 의무화"

입력 2025-12-30 19:39
수정 2025-12-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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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신규 생산 설비 증설 시 최소 50%의 국산 장비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미 에칭과 포토레지스트제거 분야에서는 50% 자급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소식통을 인용한데 따르면, 최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공장 건설이나 확장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장비의 최소 절반이 중국산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만 공급 제약이 심하거나 중국내 개발 장비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첨단 반도체 생산 라인의 경우 요구 조건이 완화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당국은 궁극적으로 업체들이 100%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중국내 일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판매는 차단됐다. 그러나 나머지 장비의 경우 여전히 미국 일본,한국, 유럽 등에서 수입할 수 있으나 이들 장비도 절반 이상 중국산을 쓰도록 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2023년 이후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과 반도체 장비 판매 금지 등 기술 수출 제한에 나서자 반도체 자립을 서두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에게 전국가적 노력으로 완전한 자립형 국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의 전 직원은 “SMIC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은 그간 미국 장비를 선호하고 중국 기업에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3년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중국 업체들이 중국 공급업체와 협력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공개된 중국내 조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영 기업들이 자국산 석판 인쇄기 및 부품을 421건 발주하여 약 8억 5천만 위안(약 1,76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역대 최대 발주액으로 중국 자체 기술에 대한 수요를 시사한다.

중국 당국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 수천 억위안을 투자했다. 2024년에는 3,340억위안(약 71조원) 규모의 3단계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정책은 이미 에칭 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에칭은 실리콘 웨이퍼에서 재료를 제거해 복잡한 트랜지스터 패턴을 만드는 중요한 칩 제조 단계이다.

현재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는 SMIC의 최첨단 7나노미터(nm) 생산 라인에서 자사 에칭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나우라가 최근 14nm 공정에 에칭 장비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데 이은 것으로 중국 장비업체들의 빠른 발전 속도를 보여 주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제조 시설에 최소 50%의 국산 장비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나우라의 에칭 개선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 관계자는 언급했다.

첨단 에칭 장비는 주로 램리서치와 도쿄 일렉트론 등 해외업체에서 공급해왔다. 현재는 나우라와 중국내 소규모 경쟁업체인 AMEC 등에 의해 부분적으로 대체되고 있다.

나우라는 300개 이상의 레이어를 가진 첨단 칩용 에칭 장비를 공급하며 중국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나우라는 2023년 제재 이후 더 이상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진 램 리서치 장비의 낡은 부품을 대체하기 위해 웨이퍼를 고정하는 장치인 정전기 척을 개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성장세는 글로벌 경쟁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나우라는 2025년에 779건의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는 2020년과 2021년에 출원한 건수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중국 메모리칩 업체에 대한 공급이 늘면서 나우라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0% 증가한 160억위안을, AMEC는 상반기 매출이 44% 증가한 50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현재 감광성 레지스트 제거 및 세척 장비 분야에서 약 50%의 자급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시장은 이전에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던 분야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