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지난 9월 선보인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칩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BMW 전기차에 삼성의 인포테인먼트 칩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품질과 성능에 깐깐한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를 뚫은 만큼 2030년 1330억달러(약 191조원) 규모로 커질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BMW 차세대 SUV에 적용30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9월 내놓은 차세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X3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칩 ‘엑시노스 오토 V720’을 넣었다. 엑시노스 오토 V720은 차량 내 스크린 관리부터 인공지능(AI) 음성 명령, 내비게이션, 통화, 차량 조작 등을 제어하는 고성능 반도체다.
삼성 칩은 ‘각종 운영체제(OS)와 디지털 부품을 통합 관리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전환한다’는 BMW의 새로운 전기차 전략(노이어 클라세)을 구현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BMW는 이에 따라 iX3를 시작으로 다른 전략 차종에도 삼성 칩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나오는 iX5에는 엑시노스 오토의 고급 버전인 820 칩이, iX7에는 최상위 제품인 920 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차량용 반도체에 공들이는 삼성이 칩을 만든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내년 2월 나오는 갤럭시 S26에 적용되는 ‘엑시노스 2600’을 개발한 시스템LSI사업부가 차량용 반도체로 눈을 돌린 건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바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및 AI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선 자동차에 엄청난 양의 첨단 반도체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완전자율주행 차량 시대가 오면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내연기관차의 열 배에 이르는 2000~3000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774억2000만달러(약 111조5235억원)에서 2030년 1330억5000만달러(약 191조7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극심한 진동과 극한의 온도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며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BMW를 뚫은 만큼 향후 더 많은 완성차업체가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성장이 예고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시스템LSI사업부에 ‘커스텀 SoC팀’(고객사별 맞춤형 시스템온칩 개발 부서)을 신설해 각 메이커의 요구대로 칩을 설계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은 또 자동차용 전자장치(전장) 시장을 잡기 위해 최근 독일 ZF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오디오, ADAS를 아우르는 차량용 핵심 전자부품을 한데 묶어 제공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부품을 거의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라며 “SDV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삼성에 손을 내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해령/박의명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