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일본·미국·독일·한국 브랜드를 제치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오른다. 미국을 제치고 20년 이상 선두를 지킨 일본은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는다. 중국 차에 대항해 각국이 관세 등 장벽을 세우면서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S&P글로벌모빌리티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올해 1~11월 중국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약 2700만 대로 예상됐다. 2022년만 해도 중국보다 800만 대가량 앞선 일본은 올해 약 25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처음으로 자동차 수출에서 1위를 차지한 중국이 이제 전체 판매량에서도 선두로 올라선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완성차 회사들의 약진은 내수가 전체 판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보급 장려 정책을 편 데 힘입었다.
중국 완성차 회사들은 이런 내수시장도 부족해 남는 전기차를 해외 시장으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차가 압도하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서 중국 차는 올해 약 50만 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의 점유율이 2020년 90%에 달한 태국에선 지난달 기준 일본 차 판매 비중이 69%로 낮아졌다.
유럽에서도 올해 중국차 판매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약 23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PHEV 판매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중국 차는 올해 아프리카에서 32% 증가한 23만 대, 중남미에선 33% 늘어난 54만 대 팔리며 신흥국에서도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초 한국에 상륙한 비야디(BYD는 지난달까지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4위에 올랐다. 지커, 샤오펑 등도 내년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
중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관세 등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EU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이상 관세를 부과하며 사실상 중국 차 진출을 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업체가 중국 차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각국 정부의 보호장치가 없으면 중국 전기차가 시장을 휩쓸 수도 있다”고 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신정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