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오남용·퇴근후 연락 '금지'…노사정, 내년 근로시간 대수술 예고

입력 2025-12-30 17:42
수정 2025-12-31 01:55
정부와 노사가 203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추는 중장기 개편 로드맵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포괄임금 규제 입법화, 근무시간 외 연락 차단권 제도화 등을 한꺼번에 추진하며 근로 문화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서울 R.ENA컨벤션센터에서 노사정이 참여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이 공동선언과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지난 9월 출범 이후 약 3개월간 25차례 회의와 현장 방문을 거쳐 이번 로드맵을 마련했다.

노사정이 추진하게 될 최우선 과제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금지다. 포괄임금제는 업무 특성상 추가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다. 정부는 수당은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정액급제 요건을 명확히 하고, 노동시간 기록·관리 의무 법제화를 추진한다. 정보기술(IT)업계와 전문직을 중심으로 근무 관행과 임금 체계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법원 판례대로 ‘근로자 동의’가 있거나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은’ 포괄임금제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그 요건을 법률로 못 박기로 했다.

근무시간 외 불필요한 연락 자제,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권리도 법제화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제정할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에 담긴다. 노동절을 공휴일로 지정해 공무원과 교원까지 적용을 확대하고,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휴게 제도도 대폭 손질한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연차를 4시간 단위 반차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반차 사용 시 4시간 근무 후 30분 의무 휴게 시간 없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한다. 연차 사용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쿠팡 등 새벽배송 업종을 아우르는 ‘야간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도 실태 조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 마련한다. 중소기업과 취약 노동자 지원도 병행한다. 근로자가 20만원을 내면 기업·정부가 10만원씩 적립하는 ‘휴가비 40만원 적립 제도’를 2026년 10만 명에게 지원한다.

주 4.5일 근로제 등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가 이견을 보인 탓에 ‘추가 논의 과제’로 남겼다. 입법 대신 내년부터 324억원을 투입해 주 4.5일제 도입 사업장 720곳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경영계가 요구해 온 반도체 등 연구개발(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정책(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로드맵에 담기지 않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