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안"…'주가 70%' 불기둥 쏜 AI 종목의 정체

입력 2025-12-30 17:44
수정 2025-12-31 01:3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타오바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출 다변화는 물론 AI·클라우드 부문으로 핵심 성장축을 효과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당국의 규제 리스크를 한고비 넘긴 데다 미국 빅테크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월가에선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자상거래 시장 과열 등이 투자 변수라고 지적했다.

◇AI 기업으로 도약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주가는 최근 1년간 76.5% 올랐다. 최근 한 달 사이 5.6% 떨어지는 등 조정받는 모습이다. 현재 14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에 미국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그동안 알리바바 주가를 눌러온 가장 큰 요인은 중국 당국의 규제였다. 2020년 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10월 302.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22년 63.1달러로 2년 새 5분의 1토막이 났다. 2021년에는 28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벌금도 부과받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의 기술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윈을 포함한 빅테크 대표들과 회동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힘입어 알리바바는 AI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 부문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AI 챗봇 등으로 다각화했다. CNBC는 “알리바바가 2016년부터 AI를 최우선 과제를 삼고 대응해 왔다”고 짚었다.

최근 실적도 AI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알리바바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약 354억6914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 347억3200만달러를 웃돌았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34% 급증했다. 알리바바는 “AI 앱 큐웬은 출시 첫 주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알리바바가 중국 최고의 AI 지원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 악화 우려도알리바바는 투자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올초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와 클라우드 부문에 3800억위안(약 543억달러)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디 우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3800억위안의 투자 규모는 고객 수요를 고려하면 다소 적은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잇달아 알리바바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권사 50곳 중 47곳(94%)이 매수 의견을 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진 29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클라우드 부문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은 3분기 기준 연간 1억32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간 자본지출이 두 배로 증가한 44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부문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 입장에선 클라우드와 AI 등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전자상거래 부문의 수익에서 나오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