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종목만 찜"…순자산 1조 공모펀드 속속 등장

입력 2025-12-30 17:27
수정 2025-12-31 01:39
공모펀드 시장 위축 속에서도 올해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주식형 공모펀드가 다수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펀드들은 지수 상승에 따른 증가세를 넘어서는 자금 유입 흐름을 보이며 공모펀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액티브 운용 전략을 중심으로 코스피지수 상승 폭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공모펀드들도 나타났다.

◇순자산 1조 공모펀드 다수 등장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209조60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198조9817억원 대비 5.3% 불어난 규모로, 올해 주식시장 성과를 감안하면 저조한 증가세다. 그러나 공모펀드 시장 침체 속에서도 올해 두드러진 성과를 낸 상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일 공모펀드로는 쉽지 않은 1조원 돌파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26일 기준 올 들어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주식형 공모펀드는 ‘KCGI코리아펀드’였다. 이 펀드의 연초 순자산은 2903억원이었지만 1년 만에 1조604억원으로 세 배 이상 불어났다. 증가율로는 265%(7701억원)에 달한다. 이달 29일까지 수익률은 79.9%다. 이 상품은 2013년 설정된 KCGI자산운용의 플래그십 펀드로, KCGI의 간판인 김홍석 주식운용본부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되 가치주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펀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까지 8년간 꾸준히 벤치마크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전통이 개인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치투자형 공모펀드로도 자금이 몰렸다. 올초 2997억원이었던 ‘VIP한국형가치투자펀드’ 순자산은 1조373억원으로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반도체 장세가 펼쳐지기 이전 화장품, 지주, 금융 등 업종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 특히 VIP자산운용의 펀드는 업계에서 드물게 성과연동형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며 신뢰감을 더했다는 평가다. 올초 1조457억원 규모였던 ‘신영밸류고배당’의 순자산도 같은 기간 1조6409억원으로 불어났다.

‘NH아문디필승코리아펀드’와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도 올해 자금이 유입되며 순자산 1조원을 넘보고 있다. NH아문디필승코리아펀드는 같은 기간 순자산이 2913억원에서 8596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도 같은 기간 4565억원에서 9775억원으로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액티브 운용으로 수익률 높여올해는 반도체 업종 위주 급등세로 액티브 공모펀드들이 코스피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 쉽지 않은 장세였다. 그러나 다양한 운용 전략으로 코스피지수 상승률(75.6%)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공모펀드도 다수 나타났다.

올해 공모펀드(순자산 1000억원 이상) 중 ‘iM에셋월드골드(H)’(141.4%)와 ‘신한골드’(116.2%)를 제외하면 NH아문디필승코리아와 미래에셋코어테크가 각각 102.2%, 99.9%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모두 국내 기술주를 중심으로 액티브 전략을 펴면서 다양한 종목을 발굴해 담는 펀드다.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은 “하반기 들어 인공지능(AI)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헬스케어, 원자력, 자율주행 관련주에 골고루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구조적으로 기판 업체와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종목·업종별 다각화 흐름이 전망되는 만큼 액티브 공모펀드의 성과가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 수요가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쏠린 가운데서도 주요 액티브 공모펀드로는 적지 않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펀드매니저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