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불모지' 경북, 관광지도 바꾼다

입력 2025-12-30 18:14
수정 2025-12-31 01:23

경상북도에 대한 호텔·리조트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경북에는 시·군마다 300만~40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명소가 적지 않지만 주로 당일치기 여행인 탓에 지역상권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호텔·리조트 등 개발사업으로 경북이 체류형 관광지로 대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행트렌드 변화…투자사들 관심30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대규모 호텔·리조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예천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맥인베스트먼트가 1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10월 경주에는 11개 기업이 총 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에 가세했다. 경주 우양산업개발의 하얏트호텔 건립과 부산 골든블루의 관광형 증류소 등이 포함됐다.

11월에도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구미에는 메리어트 체인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이, 안동에는 메리어트-UHC 호텔 유치협약이 성사되며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양금희 경상북도 부지사는 “이 밖에 영덕 고래불 해변, 포항 영일대, 울진, 문경새재, 상주 경천대, 고령 등에서도 호텔 건설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경상북도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관광 트렌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도시나 유적지 방문 위주였던 관광 패턴이 휴식과 충전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호텔과 리조트 자체가 여행지 선택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에 발맞춰 호텔업계도 식사, 액티비티, 스파 등 호텔에서 해결하는 ‘완결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경북 동해안은 우수한 자연경관에 견줘 숙박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동해안권 내 4성이상 호텔·리조트 수는 강원도가 23곳에 달하는 데 비해 경북은 2곳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도 크다. ◇“호텔 하나, 산단 한개와 맞먹는 효과”지방자치단체의 공격적인 투자 유치 정책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상북도는 전국 지자체 중 정부의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같은 정책금융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지자체가 보유한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고, 공공이 수익 구조를 설계해 민간에 역제안하는 혁신 투자 모델로 기업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지역활성화투자펀드의 1호 사업인 ‘구미청년드림타워’와 4호 사업인 ‘경주 강동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이 대표적이다. 도는 총 78억원의 출자금을 마중물 삼아 1조원의 대규모 사업을 현실화했다. 영덕 고래불 해변에 추진 중인 호텔 건립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도는 도청 연수원을 지으려던 계획을 민간투자 사업으로 전환해 브랜드 호텔을 유치하기로 했다. 현재 호텔 개발 전문회사 및 4대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홍인기 도 경제혁신추진단장은 “연간 300만 명에 이르는 문경새재 방문객 중 10%만 숙박해도 540억원의 소비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며 “호텔과 리조트 하나가 중소 산업단지 한 개와 맞먹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