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마른 체형이지만 몸속 건강은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이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마른 비만'과 내장지방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희진은 최근 한 방송에서 그룹 완전체 콘서트를 마친 뒤 달라진 몸 상태를 언급하며 "팬들은 예전과 똑같다고 말해주지만, 실제로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걸 느낀다. 무릎 통증도 있고 40대 중반이 넘으니 확실히 몸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평소 생활 습관에 대해 이희진은 "운동을 거의 안 하고, 대식가에다 밤참을 즐긴다. 치킨, 피자, 족발 같은 음식에 단것도 좋아해 젤리와 초콜릿을 끊지 못했다"고 했다. 이 같은 식습관 탓에 체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이희진은 "예전에 비해 12kg이 쪘고, 몸무게 앞자리가 30kg대에서 40kg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체중 증가보다도 건강 지표였다. 이희진은 건강검진 결과를 전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대장 용종도 발견됐다. 그 이후로 건강염려증이 심해져 영양제도 이것저것 챙겨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개된 검사 결과에서는 10년 내 지방간이 생길 위험이 65%에 달한다는 진단과 함께, 공복 혈당 수치가 상승해 당뇨 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겉으로는 날씬해 보여도 내장지방이 쌓인 마른 비만형 지방간이 문제"라며 "만성 염증이 서서히 진행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진의 사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통계로도 확인되는 점에서 주목된다. 30일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가운데 비만을 동반한 비율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40대 연령층에서 비만과 복부비만 동반율이 가장 높아, 젊은 당뇨병 환자일수록 체중과 체형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령대별 분석 결과, 당뇨병 환자의 비만 동반율은 30대가 81.3%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76.7%로 뒤를 이었다. 복부비만 역시 30대(70.1%)와 40대(75.8%)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회는 특히 여성 환자에서 복부비만이 남성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만 동반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복부비만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50~60대에서는 복부비만 비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70세 이상에서 다시 60%대로 증가했다. 학회는 이에 대해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근육량이 줄고 내장지방이 증가한 영향으로 봤다.
최근 12년간 추이를 보면 남성 당뇨병 환자에서는 비만과 복부비만 동반율이 모두 꾸준히 증가했고, 여성에서는 특히 복부비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남녀 모두 2019년 이후 허리둘레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남성의 평균 허리둘레는 2018년 90.8cm에서 2020년 93.6cm로 늘었고, 여성은 같은 기간 86.3cm에서 88cm 안팎으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신체 활동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만은 당뇨병 유병률 자체도 크게 높였다. 비만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17.6%로, 비만하지 않은 인구(9.5%)의 약 두 배 수준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비만 인구에서는 3명 중 1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비만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5.5%로 비비만 인구보다 6배 이상 높았고, 40대와 50대에서도 각각 5배, 2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 성적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유지한 비율은 비만 환자가 39.9%로, 비비만 환자보다 낮았다. 혈당·혈압·LDL 콜레스테롤을 모두 목표 범위 내로 관리하는 통합 조절률 역시 비만 당뇨병 환자군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일부 암 발생 위험도 증가했다. 체질량지수가 30kg/m² 이상인 경우 정상 체중 대비 신장암 발생 위험이 약 1.9배 높았으며, 갑상선암과 유방암 등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됐다.
학회는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각종 합병증 위험을 키운다"며 "특히 젊은 연령층의 당뇨병 환자일수록 비만과 복부비만에 대한 조기 개입과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