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맞아 법원 관련 제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이 본격 시행되고, 채무자의 생계를 보호하는 생계비계좌가 도입되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구하라법' 1일부터 시행…패륜 부모 상속 차단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1일부터 시행되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다. 민법 제1004조의2 신설 조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자녀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부모는 상속권을 잃게 된다.
고(故) 구하라씨 사망 후 20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유산 상속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자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가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관련 민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힘입어 같은 해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새 제도에 따르면 피상속인은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직계존속의 상속권 상실 의사를 밝힐 수 있으며,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한다.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은 해당 사유가 있는 자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상속권 상실 사유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미성년 시기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이다. 법원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 개시 시점으로 소급해 상속권을 잃는다.
이 조항은 부칙에 따라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불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일(2024년 4월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생계비계좌 도입…250만원까지 압류 차단
2월 1일부터는 채무자 보호를 위한 생계비계좌 제도가 시작된다. 개정 민사집행법에 따라 전 금융기관 통틀어 1인당 1개 계좌를 생계비계좌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 계좌에 예치된 돈은 압류가 금지된다.
압류금지 생계비는 기존 185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생계비계좌에는 1개월 한도 내에서만 예금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채무자가 압류 걱정 없이 일정 금액을 사용할 수 있어 기본적인 생계를 실효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파산 지원 확대…대전·대구·광주 회생법원 설치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2월 1일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개인파산·개인회생 절차에서 변호사 비용과 송달료, 파산관재인 선임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같은 날부터는 개인회생 신청 시 채무자가 동의하면 법원이 행정정보 공동이용을 통해 필요 서류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첨부서류 제출 부담이 줄어든다.
3월 1일에는 대전·대구·광주에 회생법원이 새로 문을 연다. 이로써 모든 고등법원 권역에 회생법원이 설치돼 전국적으로 균질한 도산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재판기록 예약제·장애인 사법지원 강화
법원 이용 편의성도 개선된다. 2월 1일부터 전국 법원에서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약신청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각급 법원 이메일로 예약신청서를 제출하면 담당자가 가능한 일시를 통지해준다. 특히 원격지 법원을 방문해야 하는 민원인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1월 1일부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에 관한 예규가 시행된다. 각급 법원은 연 1회 사법지원 교육을 실시하고 사법지원 담당자를 지정해 시설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을 보장한다.
이혼 가정 자녀를 위한 양육안내 교육 자료도 이달 중 개선된다.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새로 제작해 대법원 유튜브에 게시하고, 전국 법원에 교육용 자료를 배포한다.
법원 관계자는 "2026년 제도 개선은 국민의 실질적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