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오늘이 가장 싸다더니…'14% 급락' 무슨 일이 [분석+]

입력 2025-12-30 22:00
수정 2025-12-30 22:23
치솟던 금·은 가격이 최고가를 찍고 급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주요 금속의 선물 거래 증거금을 인상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시장 안팎에선 금·은 가격 상승 추세가 꺾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3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 금 현물 가격은 4.79% 급락한 온스당 4332.08로 마감됐다. 장중에 온스당 4550.1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큰 폭으로 밀렸다. 은 현물 가격도 온스당 72.2468달러로, 지난 28일 기록한 최고가(온스당 83.9870달러)보다 13.98% 낮은 수준으로 마쳤다.

CME가 금과 은을 비롯한 주요 금속의 선물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29일부터 인상하겠다고 지난 26일 공지한 여파다. 선물 증거금이 인상되면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금·은을 사들인 투자자가 거래 비용 증가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산업용 원자재나 보석처럼 특정한 사용 목적이 있는 수요는 거래 비용 증가로 인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세계금협회 자료를 인용해 “금 수요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대에 머무를 때가 많았지만, 올해는 43%로 확대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금 가격이 급등하자, 은에 대한 투자 수요도 늘어나 은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금·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투자자에 더 민감한 악재가 터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도록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전날 급락하긴 했지만 올해 들어 금 가격은 65.11%(작년 종가 온스당 2623.81달러), 은 가격은 150.22%(작년 종가 온스당 28.8738달러) 상승했다.

금·은 가격이 하락 추세로 전환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러샤브 아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TF)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은 투기적 과열 이후 나타나는 단기 급락이라기보다는 매우 강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자산운용·투자자문사인 KKM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금·은 가격 급락에 대해 “역사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이번 조정은 연말에 나타난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공급 측면의 구조적인 제약과 강한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 랠리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귀금속 중에서도 금 가격의 추세는 통화가치와 경제성장이 좌우해왔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때, 산업 성장에 따라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금의 매력이 떨어질 때 금 가격은 하락한다.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18%까지 인상한 1980년대와 닷컴 버블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 1990년 후반의 금 가격 하락세가 대표적 사례다.

내년에 미 Fed가 시장의 기대만큼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지 않거나, AI 산업이 버블 논란에서 벗어나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하면 금값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귀금속 가격의 방향보다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서상영 상무의 조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이번 CME의 증거금 상향 조정은 투기성 자금들의 레버리지 활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에 따라 수급이 조절되는 과정에서 상승이든 하락이든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