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30일 14: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규 상장(IPO) 기업 중 상장 첫해에 실적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2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산정의 근거가 되는 추정실적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2024년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추정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105곳을 분석한 결과, 상장 당해 연도에 매출·영업이익·순이익 추정치를 모두 충족한 기업은 6곳(5.7%)에 불과했다.
일부 항목만 달성한 기업은 16곳(15.2%), 전부 미달한 기업은 83곳(79.1%)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코스닥 신규 상장사 213곳 중 절반가량(49.3%)이 추정실적을 활용해 기업가치와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 가운데 기술·성장특례 상장사가 90% 가까이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보건·의료 기업과 IT 기업 비중이 높았다.
대부분 상장 2년 후 실적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제시했지만, 최근 들어 상장 당해 연도나 1년 후 단기 실적을 추정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단기 추정의 정확도는 여전히 낮았다. 추정실적을 반영해 상장한 기업의 31.4%는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특히 상장 첫해 실적이 추정치에 못 미치면서 상장 직후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사업 성과 부진 △인건비 상승 △연구개발(R&D)·개발비 증가 △기타 비용 상승 △전방 산업 부진 △외부 환경 변화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업 성과 부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감원은 “발행사와 주관사가 과거 사례를 참고해 추정 실패 요인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관사별 괴리율을 비교한 결과 동일한 주관사라도 연도와 사례에 따라 괴리율 변동 폭이 커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일부는 특정 연도에 과도한 실적 추정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괴리율을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단계에서 반복적인 추정 실패 요인을 점검할 수 있도록 유형별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발행사와 주관사의 합리적인 실적 추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해당 체크리스트를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상장 이후에는 사업보고서에 실제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 원인뿐 아니라 향후 괴리율 전망까지 기재하도록 서식을 개선한다. 주관사별 괴리율 비교공시도 도입해 투자자가 주관사의 실사 역량과 공모가 산정 신뢰도를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재는 개별 기업 단위의 괴리율만 공시돼 투자자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며 “주관사별 비교공시를 통해 투자자 중심의 엄격한 실사의무 이행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