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은 흔들리는데…중국은 뚝심 있다는 '이것'

입력 2025-12-30 13:48
수정 2025-12-30 13: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이 기후위기 대응에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녹색전환 굳히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미국 기후정책 후퇴와 유럽의 동요 ▲중국 녹색산업 주도권 강화 ▲한국 재생에너지 급속 확대 필요성 ▲산업 녹색전환(K-GX)을 뒷받침할 한국형 전환금융과 금융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미국은 대선 국면과 정치 양극화로 연방 차원의 기후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유럽도 에너지 가격 부담과 산업 경쟁력 논쟁 속에서 기후 정책 속도 조절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후 규범 자체가 후퇴하기보다는,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안보 논리를 결합해 보다 선택적·전략적으로 기후 정책을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태양광·배터리·전기차 등 녹색산업 전반에서 압도적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녹색 인프라 외교’를 강화하며, 기후 대응을 새로운 소프트파워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연구소는 내년엔 국내 태양광 보급이 산업단지·도심·건물형 중심으로 재확산됨에 따라 계통 제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동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형 녹색전환(K-GX)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후 예산의 투명한 분류, 공공 금융의 위험 분담, 민간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 금융 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선언적 목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내놨다.

연구소는 기후 정책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공론화나 시민참여를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 권한을 갖는 기후시민의회 모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도 제기했다. 이는 에너지·산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의 사회적 배분 문제를 민주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제시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 대응을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재구성하는 ‘도넛 경제’형 지방정부 모델이 주요 정치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도넛 경제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경제가 두 개의 한계선 사이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이론이다.

보고서에는 이밖에 ▲히트펌프 기반 탈탄소 난방 전환의 분기점 ▲기후재난의 ‘오적응’을 피하기 위한 적응 전략 ▲탄소중립을 지키는 ‘AI 3대 강국’ 전략 등도 제시됐다. 오적응이란 폭염·홍수·가뭄 대응 정책이 단기적 피해 복구에 머물 경우 오히려 장기적 취약성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