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관련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3일 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200일 만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정치가 더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믿어왔기에 끝까지 제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여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며 "국민 여러분의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나라를 위해 약속했던 민생 법안과 개혁 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길 바란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 끼쳐 깊이 사죄드린다. 앞으로 모든 과정과 결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 원내대표는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해결 의혹, 의료 공백 시기 지역구 병원 특혜성 진료 의혹 등 본인은 물론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진 상태다. 날마다 새로운 폭로가 나오는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1일 1폭로가 터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