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전도사로 불리던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사진)가 사생활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그가 모델로 활동하던 기업들이 협업 제품을 대폭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한때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주목받던 제품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낮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자사몰에서 통곡물밥(130g) 36개입 제품을 2만9990원에 팔고 있다. 정가 7만7400원보다 61% 할인된 가격이다. 할인가 기준 통곡물밥은 1개당 약 830원으로, 같은 용량의 백미만 들어간 햇반 작은공기 36개입(3만6000원·개당 1000원)보다도 17% 저렴하다.
통곡물밥은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을 사용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체중 관리에 유리한 프리미엄 건강식이다. 보통 일반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만큼 가격 역전 현상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사람이 몰리면서 CJ제일제당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는 "현재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접수돼 출고 및 배송이 평소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대규모 할인 판매는 앞서 CJ제일제당이 정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햇반 라이스플랜의 포장재를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유업 역시 정 대표와 협업해 출시한 '렌틸콩 저당두유' 48팩을 공식몰 기준 기존 7만2000원에서 55% 할인한 3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할인 폭이 큰 제품은 모두 정 대표가 광고 모델로 참여한 협업 상품이다.
정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른바 '저속 노화' 개념을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식품업계는 정 대표와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왔다.
CJ제일제당은 저속 식단 레시피를 활용한 파로밥 등 '햇반 라이스플랜' 제품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매일두유 렌틸콩' 제품을 출시했다. 이 밖에 두보식품은 저속 노화 맞춤 곡물, 컬리는 관련 밀키트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정 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했던 만큼 제품 또한 인기를 모았다. CJ제일제당 햇반 라이스플랜은 누적 판매량이 1000만개를 돌파했고, 매일유업 렌틸콩 저당두유는 출시 1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등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정 대표가 위촉연구원으로 일하던 30대 여성 A씨와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협업 상품들 역시 외면받게 됐다.
정 대표는 A씨에게 스토킹을 당했다며 이 여성을 공갈미수와 주거침입 등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 폭력"이라며 정 박사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더불어 정 대표와 A씨의 대화 내용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정 대표는 이후 서울시 건강총괄관에서 물러나고, 라디오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등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