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잦아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말 증시에 다시 유입되고 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세도 둔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4220.56포인트로 마감하면서 지난달 3일(종가 4221.87)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올해 주식시장 폐장일인 이날 상승세로 마감한다면 사상 최고치 경신과 함께 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7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4조원어치 담으면서 반도체주를 대거 샀다.
최근 몇 달간 순매도세를 이어갔던 외국인이 다시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건 환율 레벨이 잦아들면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에서 10.5원 내린 1429.8원에 마치면서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원화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이 전방위로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당국자는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한 구두 개입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달 중순 환율 수준이 1490원을 넘보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실제 가동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개월 내 단기적으로 환율은 1400원대에서 순차적으로 하단이 지지되며 하락하고, 내년 상반기 중 1300원 후반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과도했던 수급 쏠림이 완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의미한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투톱이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 급등세를 이어가며 산타 랠리를 보이고 있다"며 "환율도 세제 지원과 국민연금의 환헤지 등 당국 개입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학개미의 순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환율 하락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22~26일) 국내 투자자는 46억6609만달러를 매수하고 49억4748만달러를 매도해 총 2억8139만달러(약 4030억원)를 순매도했다.
미국 주식 매매가 순매도세를 기록한 것은 8월 셋째 주(2억785만달러 순매도) 이후 약 넉 달 만이다.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지난달(59억3442만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서학개미 매수세가 주춤하게 된 것은 환율과 정책 요인이 겹치면서다. 원·달러 환율 레벨이 1470원을 넘어 1480원에 이르자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 환차손을 넘어서는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재부가 서학개미를 국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을 발표한 점도 배경이 되고 있다. RIA는 한시적 세제혜택 전용 계좌로,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에게 해외주식 양도세를 깎아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비과세·감면 한도는 1인당 해외주식 매도금액 5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를 비과세 또는 감면하는 방침이 제시됐고, 복귀 타이밍이 빠를수록 세금 혜택이 큰 차등 구조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