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해 국민의힘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금 이혜훈 후보자를 요란하게 '배신자'로 낙인찍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혜훈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 텃밭인 서울 서초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을 파격 기용한 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며 "반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 전 의원을 즉각 제명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라고 했다.
또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문제는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젊은 세대가 정치 전면에 부상하여 지지층이 변하고 있는데도, 기득권층은 여전히 1970년대의 언어로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고, 현재 현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후보자를 향해서는 "저는 과거에 다른 장관 후보자에게 '본인의 소신과 대통령의 뜻이 충돌하면, 대통령의 뜻을 따르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께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소신대로 예산 정책을 힘있게 추진해 보라고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 소신을 받아들일 배포가 있느냐에 따라 이혜훈 후보자의 이번 선택이 옳았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그 외에는 이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차 "이재명 정부의 선심성 낭비재정을 막아내고, 자신의 역량을 직접 증명해 보시라"며 "반대로, 대통령에게 아부하거나 그 정권에 부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가까워도 정치인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때는 저도 이혜훈 후보자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퍼부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