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폴락 파리 네케르 교수 "디지털 솔루션이 성장호르몬 복약 순응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입력 2025-12-29 15:23
수정 2025-12-29 15:24
올해 5월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와 유럽내분비학회(ESE) 공동 학술대회에선 독일 머크의 이지포드와 그로젠 에코시스템을 활용해 성장호르몬 치료 순응도를 평가한 스코프(SCOPE) 연구 데이터가 발표됐다. 자동 투약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성장호르몬 투여 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가 환자들에게 실질적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최근 방한한 스코프 연구 1저자인 미셸 폴락 파리 네케르 소아병원 교수(사진)를 만나 연구 의미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에선 키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상당히 크다.

“인구 대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수가 프랑스보다 한국에 더 많다. 성장호르몬 결핍증(GHD), 특발성 저신장(ISS),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아동(SGA) 등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적응증의 유병률은 두 나라 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키 성장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라는 건가.

“성장호르몬 치료는 진단이 명확할수록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와 환자별 적정 투여 용량을 판단할 수 있다. 검진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낭비가 아닌 상당히 유용한 투자다. 일례로 연령 대비 작게 태어난 아이들 중엔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 특정 증후군이 있다. 만약 이런 배경을 모르고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성장호르몬의 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어떤가.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뼈에 각인돼 있지만 성장호르몬이 결핍되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유전적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GHD)이 있는 아이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평균 2.5 표준편차만큼 신장이 증가한다. 치료 시작이 늦어진 환자군은 평균 1.5 표준편차 성장에 그쳤다. 프랑스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1 표준편차는 여아 5.5㎝, 남아 6㎝에 해당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면 평균 15㎝ 더 성장한다는 의미다.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아동(SGA)도 임상시험에서 평균 2 표준편차의 성장 효과가 있었다. 리얼월드 데이터에선 1~1.5 표준편차 정도의 성장이 나타났다. 특발성 저신장증(ISS)은 원인 규명이 어려워 제한적이지만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최소 1 표준편차 정도의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터너 증후군은 X 염색체 성장 관련 유전자가 결손된 사례가 많아 성장호르몬을 이용해 성장을 유도하는 동시에 여성호르몬을 병행해 이차 성징을 유도하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 측면에서 보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평균적으로 5~7.5㎝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정상 신장 아이들은 치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 데이터가 없다. 다만 키는 정상이라도 뇌하수체 등의 문제로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 정상 신장이라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장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춘기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전체 성장 중 20%에 해당하는 구간만 치료 영향을 받게 된다.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아이가 얼마나 꾸준히, 정확하게 주사를 맞는지도 치료 결과와 직결된다. 이전까진 환자에게 처방 주기에 맞게 주사를 잘 맞았는지 직접 물어보거나, 약국에서 몇 개의 카트리지를 수령했는지를 확인하는 등 순응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웠다.

독일 제약사 머크의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실제 투약 여부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스코프 연구는 프랑스 19개 센터에서 500여명의 소아 청소년 환자 데이터를 2년간 수집해 연구한 결과다. 전체 환자 중 173명의 순응도와 성장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순응도가 85% 이상인 아이들, 즉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주사 투약을 놓친 아이들은 그보다 더 자주 투약을 놓친 아이들보다 성장 결과가 유의미하게 좋았다.

이번 연구에선 치료 초기엔 아이들의 순응도가 좋지만 3년차 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5~12세는 순응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13~17세에 감소하는 양상이었다. 성장호르몬결핍증 환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진단하고 발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