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CDMO 특별법)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별법은 수출제조업 등록제 신설,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인증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원료물질 인증제도 도입, 규제 지원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CDMO 기업이 준수해야 할 품질·규제 요건을 명확히 하고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수출 중심의 국내 CDMO산업 특성상 이번 특별법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향상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특별법이 규제 기반을 정비한 첫걸음이라면 앞으로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CDMO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정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 생산, 글로벌 허가까지 전 주기에서 고도화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견·벤처 CDMO 기업의 성장 기반 강화가 시급하다. GMP 시설 구축에만 최소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등 초기 기업에는 매우 큰 진입 장벽이 된다. 이는 한국 CDMO산업의 저변 확대를 제약하고, 산업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효성 있는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GMP 적합인증의 글로벌 기준 정합성 확보, 수출제조업 등록 요건 명확화 및 절차 간소화, 원료물질 인증 범위와 평가 기준 구체화, 해외 규제기관 대응을 위한 기술자문 체계 마련, 중견·벤처 CDMO의 GMP 구축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해야 한다.
시행령이 형식적 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 활용 가능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특히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번 특별법에 CDMO산업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글로벌 주요 경쟁국은 바이오제조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아일랜드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30%와 GMP 시설 건설 세액공제 30%를, 싱가포르는 제조 시설 투자에 최대 100% 투자공제를, 미국은 첨단제조 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CDMO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초기 투자 부담이 월등히 크다. GMP 시설 구축에만 수천억원이 소요되며, 지속적인 공정 개선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 투자도 필수적이다. 이런 투자 부담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R&D 세액공제 확대(공정 개발, 기술 이전 등), GMP 시설 투자 세액공제, 토지 및 건물 취득 세제 혜택, 고용 확대 세액공제 등이 검토돼야 한다. 이런 세제 지원은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국가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규제 기반 정비와 함께 세제 지원, 인력 양성, 기술 고도화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될 때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