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변사' 처리됐던 10대 자살…3개월 만에 결과 뒤바뀐 까닭

입력 2025-12-29 07:03
수정 2025-12-29 07:04

지난 8월 경북 안동에서 아는 선배의 협박과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한 16세 청소년이 한 아파트에서 끊은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사건은 단순 변사 처리됐다가 주변 친구들의 진술과 경찰의 끈질긴 재수사로 폭행 등의 혐의자인 선배가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 8월 17일 경북 안동시 안기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군에게 여러 차례 폭행·협박·공갈·감금 등을 가한 혐의를 받는 B군을 지난달 21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B군은 지난 7월 중고로 70만 원에 구입한 125cc 오토바이를 A군에게 140만 원에 강제로 팔았다. 당시 가진 돈이 70만 원뿐이었던 A군은 남은 금액을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하며 갚아나갔다.

A군은 돈을 벌어들이는 대로 B군에 건넸지만 B군은 “입금이 늦다”며 연체료를 요구했다. A군을 모텔에 감금한 채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은 이모에 도움을 요청해 40만 원을 빌리며 이를 모면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렇게 A군이 B군에게 가져다준 금액은 한 달에만 500만 원에 달했다.

A군이 숨기지 이틀 전인 8월 17일 오후 8시쯤 “안동댐 근처에서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A군을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오토바이를 압류했다. A군은 더 이상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B군의 보복과 폭행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월 19일 새벽 여자친구에게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A군이 숨진 날 B군은 경찰서에 압류된 오토바이를 찾아 다른 사람에게 170만 원을 받고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B군은 A군에 오토바이를 판 뒤 명의 이전을 하지 않았고, 이로써 다시 회수할 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경찰은 A군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단순 변사로 처리했으나, A군의 장례식장에서 “선배에게서 잦은 협박과 구타를 당해왔다”는 친구 9명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수사하며 B군의 휴대전화를 3개월간 포렌식 분석한 끝에 폭행과 협박, 공갈, 감금 등의 혐의를 입증해 검찰에 송치했다.

소년범 사건은 대부분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검찰은 B군이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고, 결국 지난 15일 구속기소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